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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탄생화 / 수레국화, 독일의 푸른 정신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 바람에 피는 푸른 기도 – 수레국화 이야기


한여름 들녘,
황금빛 보리밭 사이로 짙은 푸른빛이 스며들듯 피어나는 꽃이 있다.


수레국화.
햇살 아래 반짝이는 그 고요한 빛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응어리졌던 감정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


그것이 사랑이든, 그리움이든,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아득함이든.
수레국화는 내게 그 모든 것을 닮은 꽃이었다.

유럽 사람들은 이 꽃을 Centaurea cyanus라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 반인반마의 키론이
이 꽃으로 상처를 치료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늘의 푸름을 그대로 닮은 듯한 꽃,


그래서인지 영어 이름은 cornflower,
곡식밭 사이에 피는 들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저 들꽃이라 하기엔 이 꽃의 서사는 꽤나 깊다.


19세기 독일, 황제 빌헬름 1세가 전쟁에서 패한 뒤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어느 날.


황금빛 보리밭 사이로 피어난 수레국화를 보며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날 이후, 수레국화는 독일의 민족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독일의 교복 단추 옆에, 군인의 가슴에, 축제의 장식에
이 푸른 꽃이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다.


그리고 어느덧 사람들은 이 꽃에
‘충성’과 ‘섬세한 감정’,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붙여주었다.


나는 이 꽃이 참 좋다.
누군가의 사랑을 격렬하게 부르짖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봐달라고 화려하게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러나 깊게 피어난다.


들판의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푸른 꽃.


그 모습이 꼭,
어느 여름날의 나 같아서.


가끔은 혼자인 듯 외로워 보이지만,

그 외로움마저도 품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그리움 같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의 기억처럼.


수레국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야생화처럼 자라지만,
원산지는 유럽의 지중해 연안이다.


처음엔 잡초로 여겨졌지만,
그 맑고 깨끗한 푸른빛에 반한 사람들이


정원에 옮겨심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여름을 알리는 꽃으로 피어난다.


보라색, 흰색, 분홍색 수레국화도 있지만,
나는 단연 그 짙은 파랑을 좋아한다.


마치 무채색의 일상에 문득 번지는 감정의 물결처럼,
한 송이만으로도 풍경을 바꾸어 놓는 색.


그 푸른빛은
잊고 있었던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누군가를 오래도록 그리워한 마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백,


아무 일도 없던 날 문득 스며드는 울컥함 같은 것들.

수레국화는 8월 2일의 탄생화이다.


한여름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그러나 결코 뜨겁지 않은 꽃.


그날 태어난 사람들은 아마도
섬세한 감정의 결을 지닌 이들일 것이다.


조용하지만, 깊게 사랑하고,
쉽게 웃지만, 마음속에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


바람 속을 걷다 멈춰 선 그날처럼,
수레국화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붙드는 꽃이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푸른 기도처럼.

◆ 수레국화

학명: Centaurea cyanus

원산지: 유럽 지중해 연안

꽃말: 섬세한 감정, 수줍음, 믿음, 행복, 독일의 자부심

기억해야 할 상징: 독일의 국화, 전쟁 추모, 평화의 상징

색깔: 파랑, 보라, 분홍, 흰색 등


https://youtu.be/xckwJ6xMgW8?si=1MFStuuN7uIEsq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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