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탄생화
나는 골든 로즈, 사람들은 나를 미국미역취라고 부른다.
긴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을 때, 나는 황금빛 물결로 들판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멀리서 보면 햇살이 내려앉은 듯 부드럽고, 가까이 다가오면 수백 개의 작은 별들이 모여 만든 빛의 장막 같다.
내 학명 Solidago gigantea.
Solidago는 ‘온전히 하다’, ‘치유하다’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고,
gigantea는 ‘거대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키가 2미터 가까이 자라며, 그 높이에서 황금빛 향연을 펼친다.
나는 치료하는 꽃, 그리고 크고 강인한 꽃이다.
오래 전, 북아메리카 남동부의 체로키족 마을에 아름다운 두 자매가 살았다.
언니는 라벤더 빛 옷을, 동생은 노란 옷을 좋아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두 자매는 깊은 숲으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마법을 쓰는 한 노파를 만났다.
그녀는 자매의 불행한 미래를 예견하고, 밤새 마법의 약을 뿌려 두 자매를 숨겨주었다.
아침이 되자 자매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곳에는 꽃 두 송이가 피어 있었다.
언니는 보랏빛 과꽃이, 동생은 황금빛 나, 미국미역취가 되어
바람 속에서도, 계절이 바뀌어도 늘 함께 서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과꽃이 있는 자리라면 그 곁을 지킨다.
나의 황금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인연의 빛이기 때문이다.
나의 꽃말은 성실, 격려, 예방.
나는 꺾이지 않는다.
계절이 달라져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자리에 서서 작은 꽃들을 피운다.
그리고 스치는 모든 이에게 속삭인다.
“잘 하고 있어. 너는 충분히 아름다워.”
가끔 사람들은 나를 ‘큰미국미역취’와 혼동한다.
그 아이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다르다.
나는 매끈한 줄기를 가졌고, 그 아이는 까슬한 줄기를 가졌다.
혹시 길가에서 나를 만나면, 손끝으로 줄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 매끈함 속에 내가 품어온 계절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도 나는 들판 위에서 황금빛 숨결을 내쉰다.
혹시 당신이 지쳐 있다면, 내 빛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나는 골든 로즈, 그리고 당신의 가을이다.
https://youtu.be/vn4vVDSYQ7k?si=jZv0usC90GZGGdTd
◆혼동 주의
미국미역취(Solidago gigantea)는 황금빛 꽃을 피우는 국화과 식물입니다.
큰미국미역취(S. canadensis)는 같은 노란색이지만 줄기와 잎의 질감에서 차이가 있으니 구분해 주세요.
◆전설 출처: 두산백과 「미국미역취」 항목(체로키족 전설)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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