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탄생화
조팝나무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려드린 적이 있지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 가족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일본조팝, 그리고 장미처럼 겹겹이 피어나는 서주조팝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직접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봄이면 좁쌀 같은 작은 꽃들을 팝! 하고 터뜨리듯 피워내요. 하얀 눈송이가 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만들 때, 사람들은 나를 보며 마치 흰 폭죽을 터뜨린 것 같다고 말하곤 하지요. 그래서 내 이름이 ‘조(粟)팝(爆)나무’가 되었답니다.
내 가족은 생각보다 넓어요.
내 이름을 그대로 가진 조팝나무, 왕성한 가지와 풍성한 꽃으로 정원을 채우는 공조팝나무, 분홍빛이 감도는 작은 장미 같은 장미조팝, 여름까지 화려함을 이어가는 삼색조팝(일본조팝), 섬세한 가지에 가볍게 꽃을 피우는 민첩조팝… 우리는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내 동생, 일본조팝이에요.
여름이 무르익을 즈음, 진분홍과 자홍빛의 꽃송이를 가지마다 가득 달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정원에 생기와 기쁨을 전하지요.
사람들은 일본에서 그를 ‘시모츠케(シモツケ)’라 부릅니다. 옛 간토 지방의 지명, **시모츠케(下野)**에서 이름을 따왔다지요.
그리고 우리 속(屬)을 부르는 학명 Spiraea는 그리스어 speira, 나선과 고리를 뜻하는 말에서 비롯되었답니다. 꽃차례가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얼마나 우아한 어원이냐고요.
서양에서 우리 흰 조팝(Bridal Wreath)은 오래전부터 신부의 화관을 장식하며 ‘신부의 눈물’, ‘순결한 사랑’을 상징해 왔습니다. 일본조팝도 그 화려한 빛 속에 같은 축복의 기운을 품고 있다고 나는 믿어요.
그리고 또 하나, 내 먼 사촌 서주조팝.
중국 서주 지방에서 전해 내려온 이 꽃은 장미처럼 겹겹이 포개진 순백의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겹조팝’이라 부르지요. 멀리서 보면 작은 흰 장미송이 같은 그 모습에, 청나라 시대 궁원에서는 부귀와 화려함을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받았다고 해요.
전설이 따로 전해지지는 않지만, 그 하얀 겹꽃이 궁궐의 돌담을 수놓던 풍경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고요히 물드는 것 같습니다.
하얀 순결에서부터 분홍빛의 화려함, 장미를 닮은 겹꽃까지—우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계절마다 다른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삶의 풍요와 축복을 전하는 꽃들입니다. 당신의 계절 또한 이렇게 빛나길 바랍니다.”
https://youtu.be/FpP5bwNGS1o?si=4hBvvZQb5hE19J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