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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강한 사랑 - 가막살나무

11월 24일 탄생화

by 가야

11월 24일의 탄생화 – 가막살나무 Viburnum
꽃말 :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저는 가막살나무입니다.
봄이 되면 하얀 날개를 단 듯, 제 가지 끝마다 순백의 꽃을 피웁니다.


멀리서 보면 나비가 군무를 추는 듯 보이지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제게 ‘가막살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까마귀에게 쌀처럼 귀한 열매를 내어주는 나무’,
그 뜻을 품은 이름입니다.


봄이 지나면 꽃잎은 흩어지고,
여름의 햇살을 지나 붉은 열매가 익습니다.


그 열매는 까마귀와 작은 새들이 겨울을 견디게 하는 생명입니다.
그래서 제 이름 속에는 나눔과 순환의 의미가 숨어 있답니다.

저의 꽃말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입니다.


이 말은 아주 오래전, 성서의 『아가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다.”
사랑이란 그 어떤 것보다 뜨겁고, 때로는 생명을 초월한 감정이라는 뜻이지요.


저의 순백의 꽃은 그 사랑의 순수함을,
붉은 열매는 그 사랑의 지속을 상징합니다.


사람들은 제 꽃을 보며 사랑을 떠올리고,
제 열매를 보며 그리움을 기억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늘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끝나지 않는 사랑’의 표정으로 남습니다.


예술가들은 저를 오랫동안 사랑해주셨습니다.
유럽 화가 피터 브뤼헐(Pieter Bruegel)의 풍경화 속에도
저와 닮은 흰 꽃의 덤불이 봄 언덕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19세기 영국의 화가 윌리엄 헌트(William Henry Hunt)
섬세한 수채화로 저의 열매를 그렸습니다.


그는 붉게 빛나는 열매 사이에 스며 있는 빛을

‘사랑의 잔불’이라 표현했지요.


프랑스 화가 앙리 르 시당(Henri Le Sidaner)는 흰 Viburnum이 피어 있는 정원을 그리며,

‘슬픔 속의 평화’를 담아냈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서 저는 한 줄기 은은한 빛이 되어 고요한 정원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에게 저는,
사라진 사랑을 위로하는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에는 순백의 꽃으로,
가을에는 붉은 열매로,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로 저는 세월을 견뎌냅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형태를 바꾸어 계속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사랑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마음이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용히 서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진 꽃잎 위에 햇살을 올려놓으며,
제 안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꽃은 졌지만, 사랑은 남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니까요.”

가막살나무 (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꽃말 :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개화시기 : 5~6월
열매 : 붉게 익는 9~10월
분포 : 한국, 중국, 일본


https://youtu.be/fslO0E7MD44?si=hcC-DrYb02mHMt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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