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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우풀(Pachystachys lutea) 이야기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금빛 새우의 기쁨: 파키스타키스 루테아가 속삭이는 행복


❖ 파키스타키스 루테아, 금빛이 깃든 열대의 식물
창가에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이면, 저는 늘 금빛 이삭을 세우고 있는 한 식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파키스타키스 루테아(Pachystachys lutea). 파키스타키스 이름은 그리스어 'Pachys (두꺼운)'와 'Stachys (이삭, 꽃차례)'의 합성어로 '두꺼운 꽃 이삭'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페루의 뜨거운 빛 아래 태어난 이 식물은 쥐꼬리망초과에 속하며, 실내에서는 보통 40~70cm, 잘 자라면 90cm 가까이 높이를 올리는 조용한 열대의 기쁨입니다.


꽃처럼 보이는 황금빛 구조는 사실 잎이 변형된 포(苞)이고, 그 사이에서 흰색의 가느다란 꽃이 잠시 피었다 스러집니다. 따뜻한 계절에 절정을 이루는 이 꽃은 짧게 스치지만, 포는 한참 동안 노란빛을 유지하며 실내 공간을 오래도록 밝히지요.


❖ 금빛이 전하는 첫인상
부천식물원에서 처음 만난 파키스타키스는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황금빛 새우 같았습니다. 때로는 어둠 속을 밝히는 촛불처럼 조용히 공간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요.


샛노란 포가 겹겹이 쌓여 있는 그 모습은 장식적 아름다움을 넘어, 한낮의 뜨거운 숨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생동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흰 꽃이 포 사이에서 살짝 고개를 드는 순간은 더없이 청아하고 섬세했습니다.


❖ 금빛에 얽힌 작은 전해짐들
파키스타키스 루테아는 고전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식물은 아니지만, 멕시코와 페루에서는 이 식물을 둘러싼 작은 구전과 해석이 전해 내려옵니다. 페루 안데스 지역에서는 노란 포를 ‘태양이 지나간 자리의 빛’이라 부르며, 강한 햇살이 스며든 능선에서 발견된 식물이라는 이유로 ‘태양의 부스러기’라는 애칭을 붙였습니다.


또 멕시코에서는 금빛 포가 황금 새우를 닮았다 하여, 새 집에 들어서는 이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뜻으로 선물하던 문화도 있었다고 합니다. 밝은 노란색이 ‘웃음을 다시 불러오는 색’이라는 지역적 전통 때문인지, 슬픔이 머문 집의 현관에 두면 기쁨이 돌아온다는 조용한 믿음도 이어져 왔습니다.


오래된 신화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이 식물을 두고 자연스레 “행복을 데려오는 작은 금빛”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저는 이 소박한 구전을 떠올릴 때마다, 파키스타키스의 금빛 포가 참으로 그 말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식물의 꽃말은 기쁨, 행복, 유쾌함입니다. 밝은 노란빛이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그대로 꽃말로 이어진 듯, 파키스타키스를 바라보는 순간 마음 한켠이 자연스레 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예술 속의 파키스타키스
현대 보타니컬 아티스트들은 이 식물을 유독 즐겨 그립니다. 금빛 포 하나하나가 마치 빛을 모은 듯한 구조를 하고 있어, 그림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광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페루 지역의 식물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파키스타키스를 ‘빛의 식물’이라 부르며 그리기도 했는데, 포의 층마다 다른 음영을 입혀 열대의 따뜻한 공기와 밝은 정서를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냈습니다.


이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의 파키스타키스가 가진 생생한 색채가 종이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한 묘한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 돌봄이 일러주는 것들
파키스타키스를 돌보는 일은 곧 마음을 돌보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겉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고, 갑작스러운 한기를 막아주며, 하루 중 따뜻한 빛이 머무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동안 우리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단순한 진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작은 정성만으로 금빛을 오래 품어주는 이 식물은, 마음이 닿는 자리에서 가장 아름답게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 금빛이 속삭이는 행복

책상 위에서, 창가 곁에서, 혹은 하루의 끝에서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싶을 때에도 파키스타키스 루테아는 변함없이 금빛 포를 반짝이며 속삭입니다.


“행복은 언제나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쁨과 행복, 유쾌함을 전하는 꽃말처럼, 이 식물은 작은 눈 맞춤만으로도 미소를 건네는 금빛 등불이 되어줍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예술이며, 은은한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요약정보

학명 : Pachystachys lutea
원산지: 멕시코·페루
영명: Golden Shrimp Plant, Lollipop Plant
꽃말 : 기쁨, 행복, 유쾌함


https://youtu.be/MlmdD_velGw?si=eR-zzkQPqxtSH5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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