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집 호야꽃(밀랍꽃)이 폈어요.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사랑스러운 ‘밀랍 꽃’ 호야(Hoya)


2022년 여름, 친구에게서 아주 작은 호야 한 포트를 선물받았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잎이 예쁜 식물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 작고 동그란 잎이 점점 자라 덩굴을 뻗기 시작하면서, 집 안의 한켠이 싱그러운 녹색으로 가득해졌습니다. 해가 지나자 줄기는 옷걸이로 만든 임시 지지대를 넘어서며, 마치 벽을 타고 오르는 듯 무성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친구나 꽃카페 사람들의 말로는, 호야는 최소 3~4년이 지나야 꽃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물을 주며 지켜보았습니다. 어느 날 줄기 끝에 조그만 돌출부가 생겼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들여다보았지만, 대부분은 새 잎이었지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지난 9월 20일, 그 작은 돌기가 평소와 달리 둥글고 단단해 보였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그것이 꽃봉오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는 기쁨에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봉오리는 도라지꽃처럼 오각형을 이루며 서서히 피어났습니다. 겉꽃잎 안에 또 다른 작은 별 모양의 꽃잎이 겹겹이 포개져 있었고, 마치 밀랍으로 빚은 듯한 반짝임이 신비로웠습니다.

그 꽃은 거의 한 달 가까이 피어 있었고, 시들기 시작할 즈음 그 위쪽에서 또 다른 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제 호야에는 막 피어난 꽃, 시든 꽃, 피기를 준비하는 꽃이 나란히 있습니다. 마치 한 생애를 보여주는 듯한 그 모습은, 기다림 끝에 만나는 생명의 기적이었습니다.

호야, 어떤 꽃일까요?

호야(Hoya spp.)는 박주가리과(Apocynaceae)에 속한 덩굴성 식물입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Hoya carnosa(카르노사)가 있으며,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호주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자연에서는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착생식물로, 잎이 두껍고 수분을 저장하는 성질이 있어 비교적 관리가 쉽습니다.

호야의 꽃은 별 모양의 작은 꽃들이 둥글게 뭉쳐 피어나며, 표면이 단단하고 반짝이는 질감 때문에 ‘밀랍 꽃(Wax Flower)’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달콤한 향기를 내뿜고, 꽃잎 끝에는 투명한 꿀방울이 맺혀 마치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호야 잘 키우는 방법


호야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지만, 올바른 환경을 만들어주면 훨씬 풍성하게 자라고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 빛
밝은 간접광을 좋아합니다. 하루 6시간 이상 햇빛을 받아야 꽃을 볼 수 있으며, 직사광선은 잎을 태울 수 있으니 커튼이나 얇은 블라인드 뒤쪽이 좋습니다.

◆ 물주기
호야는 잎에 수분을 저장하는 다육성 식물입니다. 과습에 특히 약하므로, 흙이 완전히 마른 뒤에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잎이 약간 쭈글해질 때가 물을 줄 시기입니다. 겨울에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므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줍니다.

◆ 흙 배합
착생식물답게 통기성과 배수가 좋은 흙이 필요합니다. 바크, 코코칩, 펄라이트, 마사토 등을 섞은 배합토가 이상적이며, 난초용 흙과 비슷하게 가볍고 공기 흐름이 잘 통해야 합니다.

◆ 분갈이
호야는 뿌리를 건드리면 몸살을 잘 합니다. 화분 가득 뿌리가 차서 더 이상 공간이 없을 때에만 분갈이하고, 최소한의 흙 교체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월동 관리와 가지치기

호야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적정 온도는 15~26℃, 최저 온도는 약 10℃입니다. 겨울철에는 베란다보다 거실 안쪽이나 실내 창가로 들여놓는 것이 좋습니다. 10℃ 이하에서는 잎이 검게 변하거나 냉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가지치기 시 주의점
호야는 꽃이 피었던 마디(꽃대)에서 다음 해에도 다시 꽃이 피므로, 절대 꽃대를 자르지 마세요. 꽃대를 남겨두면 같은 자리에서 매년 새 꽃이 피어납니다. 줄기는 지지대를 이용해 유도해 주면 깔끔하게 자라고, 빛이 잘 드는 방향으로 유인하면 꽃이 더 잘 맺힙니다.

◆ 꽃말과 상징

호야의 꽃말은 ‘고독한 사랑’, 또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특별한 전설이 전해지진 않지만, 꽃의 맑고 투명한 윤기, 그리고 한 번 피면 오랫동안 지지 않는 특성은 마치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호야는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사랑의 증표, 혹은 조용히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꽃’으로 불립니다.


호야는 하루아침에 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시간을 쌓아가면, 언젠가 그 인내의 대가로 눈부신 꽃을 선물합니다. 제게 호야의 첫 꽃은 단순한 식물의 개화가 아니라, 기다림과 믿음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당신의 공간에도 이 사랑스러운 ‘밀랍 꽃’을 들여보세요. 느리지만 확실하게, 호야는 삶 속의 평온과 기쁨을 함께 피워낼 것입니다.


https://youtu.be/1Qgyccs9PZQ?si=fg9D7zUmw7ukvG4X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꽃, 공작초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