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저는 매일 산책하는 길에 갈산공원 앞의 작은 교회를 지나갑니다. 이 교회는 참 특별해요. 보통 교회라면 정돈된 화단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화단 대신 교회 곳곳에 놓인 화분들이 엄청난 식물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바나나, 파초 같은 열대 식물부터 다양한 원예종까지, 마치 작은 식물원을 옮겨 놓은 듯합니다. 산책길에 멈춰 서서 화분 속 식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 저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죠.
오늘 소개할 주인공도 바로 그 교회 화분에서 만났습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하는 꽃, ‘천사의 나팔(Angel's Trumpet)’입니다.
란타나와 파초 사이에서 솟아 있는 천사의 나팔은 그 크기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내 키보다 훨씬 더 크고 우람한 관목 형태로 자라며, 목사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분홍색, 흰색, 노란색 꽃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피어 있었습니다. 꽃 한 송이의 크기는 제 손보다도 훨씬 더 커서, 고개를 숙이고 아래로 처져 피어 있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나팔처럼 느껴졌습니다.
과연 이 거대한 나팔꽃은 어떤 식물일까요? 그 신비로운 이야기와 키우는 방법을 자세히 파헤쳐 봅시다.
천사의 나팔은 그 이름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악마의 나팔(Devil's Trumpet)'이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이 크고 우아한 나팔 모양으로 아래로 길게 처져 피며, 특히 저녁 시간대에 달콤하고 진한 향기를 뿜어냅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가 '천사의 나팔'이라는 이름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식물의 모든 부분(Brugmansia는 가지과에 속함)에는 스코폴라민, 아트로핀 등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섭취 시 환각 작용은 물론,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강력한 독성 때문에 '악마의 나팔'이라 불리며 주의가 필요합니다.
천사의 나팔 (Brugmansia)과 '독말풀' 또는 '다투라' (Datura)는 매우 가까운 친척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속(Genus)으로 분류됩니다. 가장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생육 형태와 꽃의 모양입니다.
천사의 나팔은 목질화된 줄기를 가진 관목 또는 작은 나무 형태로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인 반면, 독말풀은 초본성으로 자라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또한, 천사의 나팔은 꽃이 종 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우아하게 처져 피지만, 독말풀은 꽃이 하늘을 향해 또는 옆으로 비스듬히 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산지: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과 브라질 등 열대 고지대가 고향인 열대성 상록관목입니다.
학명: Brugmansia 속(Genus).
남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는 천사의 나팔을 단순한 식물 이상으로 여겼습니다. 환각 작용이 있는 독성 덕분에 샤머니즘 의식용 환각제로 사용되었으며, 조상들과 소통하거나 예언을 위한 주술적인 목적으로 쓰였다고 전해집니다.
이 꽃이 가진 양면성처럼, 꽃말도 다채롭습니다.
평화, 순결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생동감, 건강, 위험
교회 화단에서 본 것처럼 천사의 나팔은 흰색 외에도 여러 색깔로 피어납니다. Brugmansia 속에는 현재 7가지 종이 인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교배종이 개발되었습니다.
주요 품종들을 살펴보면, 노란색 꽃을 피우는 종으로는 Brugmansia aurea가 대표적입니다. 이 종은 길쭉한 노란색 꽃이 특징이며, 서늘한 고지대 환경을 선호합니다.
분홍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종으로는 Brugmansia versicolor가 있으며, 꽃이 피면서 흰색에서 점차 분홍색, 주황색으로 색이 변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Brugmansia sanguinea는 선명한 붉은색 꽃을 피우는 종으로, 천사의 나팔은 매우 다채로운 색상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천사의 나팔은 꺾꽂이(삽목)를 통해 가장 쉽게 번식합니다.
시기: 봄이나 초여름, 왕성한 성장기에 실시합니다.
방법: 건강한 줄기를 잘라 물에 꽂아두면 쉽게 뿌리가 내리는 물꽂이가 가장 성공률이 높습니다. 뿌리가 충분히 자라면 배수가 좋은 흙에 옮겨 심습니다.
천사의 나팔은 잘 관리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 매력적인 식물이지만,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물 주기: 물을 매우 좋아합니다. 겉흙이 마르기 전에 흠뻑 주어야 하며, 특히 성장기에는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햇빛: 밝은 간접광을 충분히 제공해야 꽃을 잘 피웁니다.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월동: 열대 식물인 만큼, 겨울에는 반드시 5°C 이상의 실내나 온실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노지 월동은 불가능합니다.
왕성하게 성장하는 만큼, 해충의 공격을 받기 쉽습니다. 특히 실내에서 월동하거나 건조한 환경에 있을 때 취약합니다.
주요 해충:
응애(Spider Mites): 잎 뒷면에 서식하며 거미줄을 만듭니다.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잘 발생하므로, 주기적으로 잎에 물을 분사하여 습도를 높여주세요.
온실가루이(Whiteflies): 잎 뒷면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습니다. 발견 즉시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끈끈이 트랩으로 포획해야 합니다.
진딧물(Aphids): 새순이나 꽃봉오리에 모여 흡즙하여 성장을 방해합니다.
주요 질병:
뿌리 썩음병: 물을 너무 과하게 주거나 배수가 잘 안 될 때 발생합니다. 예방을 위해 배수가 잘되는 흙에 심고, 과습을 피해야 합니다.
해충이 발생하면 초기에 친환경 살충제나 유기농 방제액을 사용하고, 심하면 전용 살충제를 사용하여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천사의 나팔은 예술 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 형태의 아름다움과 향기, 그리고 숨겨진 독성이 가진 신비로움 덕분에 다음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냅니다.
희망과 치유: 슬픔과 고통이 씻겨나가고 새로운 희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진실과 순결: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순수하고 숭고한 내면의 진실을 형상화하는 매개체로 쓰이기도 합니다.
천사의 나팔은 아름다운 만큼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독성만 주의하고 물과 햇빛을 아낌없이 준다면, 여러분의 공간에서도 천상의 소리를 내는 거대한 나팔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매혹적인 식물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https://youtu.be/clfIBhV8HUc?si=YicJXhvYfq-rfB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