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글방
벌과 벌새가 머무는 향기, 방아(배초향)의 비밀
한여름의 끝자락, 화단에 피어난 방아 한 포기에서 향기가 피어올랐다.
햇살이 조금 기울 무렵, 벌 한 마리와 벌새 한 마리가
그 향기 속을 천천히 맴돌았다.
잎을 스치자 은은한 민트 향이 번지고,
그 안에서 달콤한 허브의 기운이 함께 숨 쉬었다.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방아’라는 이름이 절구의 옛말이었다는 사실을.
옛사람들은 잎을 비비면 절구 속에서 풀을 찧던 향이 난다 하여
이 풀을 ‘방아 냄새 나는 풀’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방아는 단순한 허브가 아니라,
삶의 냄새와 기억을 품은 이름이다.
한자 이름 배초향(排草香)은
‘풀 사이로 퍼지는 향기’라는 뜻을 지닌다.
이름 그대로, 바람이 스치면 향기가 흘러
작은 생명들이 그곳으로 모여든다.
옛날에는 김치나 부침, 생선국에 넣어 향신료처럼 썼고,
절에서는 명상 중 마음을 맑히는 향으로 태웠다.
그 향은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좁혀주었다.
벌과 벌새가 머무는 이유,
그건 어쩌면 향기 안에 담긴 ‘시간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꽃이 아니라,
향기로 기억되는 계절을 담아가고 싶다.
https://youtu.be/4W8I9zMPt2A?si=YGzyptG5CB-924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