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숨’을 지키는 문지기다.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자리를 떠나선 안 된다. 오가는 사람을 따라가서도 안 된다. 그저 제 자리, 문 앞을 지키는 것이 본분이다.
숨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들고 나는 숨을 놓치지 않으려, 콧구멍 밑과 윗입술 사이, 그 짧은 공간에 마음을 집중한다. 바람처럼 스치는 그것이 바로 숨이다. 나는 그걸 의식으로 느끼며 지켜본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턱은 살짝 내리고, 눈은 가볍게 감되 앞을 향한다. 그리고 숨을 쉰다.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아 일부러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기도 하고, 배에 힘을 주어 불룩하게 내보기도 한다. 그저 숨 하나 느껴보려고 별 방법을 다 써본다. 때론 숨이 너무 미세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알아차리는 게 바로 시작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숨을 대신한다. 숨은 분명히 쉬고 있는데, 의식은 온데간데없다. ‘아차, 지켜야지!’ 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수도 없이 빠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희한하게도 그 생각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잠시 왔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것이 불쑥 들어왔다가 곧 흩어진다. 내가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와서 스스로 사라진다.
뭐든 다 가버린다. 없어진다. 그래서, 그 없는 것에 뭐 하고 있나 싶어, 용쓰면서, 허나 태연하게, ‘애구, 또’ 하고 다시 제자리로 온다. 와지면 다행인 거다.
나의 ‘숨보기’는 마음챙김이자 명상, 참선이라고도 한다. 이름이 뭐든, 결국은 마음 근력을 키우는 일이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잠시라도 고요한 적막을 길게 맛보는 것. 그게 숨의 세상이라는 거다.
이렇게 1178일째 이어가고 있다. 생각의 세상은 더 화려해지고, 더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채로워지는데, 숨의 세상은 여전히 문 앞에만 있다. 가깝게 다가간 듯 하다가도 계속 맴돌 뿐이다. 그 문턱을 넘어선 적은 아직 없다.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아니, 문이 열리긴 할까?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아주 미세하지만, 숨의 맛을 알기에 계속 앉아 있을 뿐이다. 세상의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숨' 앞에 있다.
언젠가 숨이 그 문을 열어 주리라 믿으면서.
나는 여전히, 숨의 문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