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2

나도 결국 냄새나는 사람

by 화니

으하하하! 입원 7일차.

문디지랄하던 병실에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예방도, 조치도, 차단도 그 어떤 방책도 힘을 쓰지 못했다. 쓴소리 한 입원 환자의 퇴원과 함께

세 분의 고령 선수들이 입장하였다.


일단 4인 선수의 이야기 판이 펼쳐졌다.

어제의 71세 어르신이 막내로 되면서,

물 만난 듯이 스토리가 이어졌다.


쉼도 없이... 볼륨조절도 없이...

기세 약화도 없이... 끝도 없이...

(물론 나는 거의 투명인간)


여기가 환자들의 병실이 맞는가?

경로당인가? 계모임인가?


그분의 재주가 참 놀랍다.

우선, 그 연세에도 같은 이야기의 반복은 거의 없다. 각각의 스토리에 나오는 인물과 전개가

참으로 다채롭다.

신입 멤버 선배님들의 추임새와 리액션에

더욱 신나서 더욱 세차게 계속하였다.


어느새 나도 칸막이 커튼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귀 쫑긋하여 기울였다.

하하 호호 깔깔껄껄 같이 웃지는 못해도

흐흐~ 히히~ 정도의 소리 없는 실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로,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 아니고,

어제 만나고 오늘 다시 만나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온갖 이야기들을 펼쳐서

듣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급기야는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를 흥얼거리던 분에게 노래까지 청하며, 부추기고, 들으며 칭찬하는 그 주도적인 사교성까지!


그리고, 희한하게도 전혀 연결 고리가 없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질감이 전혀 없이

서로를 나누고 있다.

(언젠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때는,

첫 순서가 이야기를 하면 또 이어서

두 번째 순서가 다른 이야기,

세 번째도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어,

도대체 따라가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분명 연결 고리가 있다.

그게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병? 병원?’인가?)


병실은 이제 더 이상 고요할 필요가 없었다.

거의 하루 종일 커튼 뒤에서 은닉자처럼

병상 붙박이가 된 나는,

그들의 이야기판을 머릿속에서만 제지했다.


“조용히 해 주실래요?

환자들은 예민하니 밖으로 나가서 얘기하면 좋겠어요. 여러 사람 같이 기거하는 곳이니 배려 좀 부탁합니다.”


이런 대사들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구시대의 멘트가 된 거다.


스피커폰은 기본이고, TV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고, 비속어·은어나 속어는 보통이고, 노래는 덤이고,

여자들만의 은밀한 얘기는 더 이상 사적인 게 아니었다.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건가?)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세상이 완전 새 판이된 거다.


이 판에서, 폭풍우는 예고도 없이 불어 닥쳤고,

방비할 새도 없이 그 중심에 나는 서 있었다.

그런데, 바라보고, 듣기만 한다. 그것도 숨어서.


저항도, 굴복도, 편승도 없이 방관자가 되어 있었다. 편하고 싶어서, 고고하고 싶어서, 힘 빼기 싫어서,

그냥 무기력한 척, 아픈 척한다.

(좀 교만한 건가?)


다행히도 어지럼 증 약을 먹으면,

약 기운에 취해서 멍하고 몽롱해져서 넉다운이 되어, 그분들의 낭랑한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나를 잠에 빠지게 한다.


어제까지 소프라노 솔로만 듣다가

오늘은 엘토, 바리톤 등으로 구성된 앙상블의

합창 공연인 셈이다.


나에게는 하모니라기보다 불협화음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이 넘친다.
왜 그럴까?


생생한 역동감, 진솔한 삶, 꾸밈없는 실화,

다른 듯한데 비슷한 스토리, 흥미로운 뒷담화라서?


아마도 나도 냄새나는 인간이라 그런 게 아닐까. 으하하하,

결국 이 병실은 사람냄새 나는 24시간 라이브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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