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의 운명을 넘어, 선택으로 완성되는 사랑에 대하여
JTBC의 12부작 드라마 <Love Me>를 홀린 듯 몰아서 봤다. 외로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50대 아버지, 30대 딸, 그리고 20대 아들. 이 세 사람이 서로의 사랑과 관계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감성 멜로물이다.
처음엔 그저 흔한 가족과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내 머릿속은 환해졌고 답답했던 가슴은 뻥 뚫리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진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의 벽이 기분 좋게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혈연으로 맺어진, 선택권 없는 운명'이라 말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여주인공 준경의 가족은 그 울타리를 가볍게 넘어선다.
홀로 된 아버지와 그의 여자친구,
딸과 그의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가슴으로 품은 아들,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이모 부부까지.
혈연과 선택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이 웃고 슬퍼하며 서로를 보듬는다. 생경하지만 포근한 이들의 모습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이라는 굴레보다 더 강한 것은 결국 사랑과 보살핌, 관심과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연결되는 관계의 확장성이 아닐까.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결혼이라는 통과의례 없이 함께 살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결혼은 결코 연애의 완성을 알리는 '엔딩'이 아니라, 사랑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결혼은 사랑을 더욱 여물고 단단하게 만드는 문턱이며, 비로소 '찐사랑'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결혼이 서로를 갉아먹는 현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 가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당연한 진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나의 고리타분했던 생각들이 박살 나는 통쾌함이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드라마의 여운은 자연스럽게 나의 삶으로 이어졌다. 37년을 함께해 온 ‘그이’를 떠올린다. 우리 역시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행복과 불행을 묵묵히 나누어 왔다.
돌이켜보니 그와 함께한 세월은 내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서로를 채워 준 그 모든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이 깊은 감동과 감사를 그에게 전하고 싶다.
사고가 열리니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드라마 한 편이 준 이 벅찬 새로움을 품고, 나는 이제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더 넓고, 더 자유롭고, 더 자비로운 시선으로 볼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이미지 출처: JTBC 드라마 <Love Me>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