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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21. 2023

마음대로 하는 장례

장례엔 정답이란 없으니까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그런 일을 하면 우울해지진 않아?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사람마다 죽음을 생각하는 깊이와 비반려인에게 사람의 죽음 그리고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무게가 과연 같을까' 란생각이 드는 까닭에 사실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며칠 전, 지인의 강아지를 직접 장례를 해주며 두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나 스스로에게 해주었다.




슬프지만 우울하진 않다. 

 오랜 시간 함께한 가족과 이별 중인 모습을 보면 물론 슬프다. 하지만 내 역할은 함께 슬퍼하는 것이 아닌 가장 후회 없는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울할 틈이 없다. 오히려 내가 더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단 한번뿐인 마지막 순간에 놓친 것은 없는지 그 시간만큼은 한 생명에 대해 몰두하고 집중할 뿐이다. 


우리 아이가 장례를 한다면. 

 대부분 장례 후 유골 보관 방법에 대해 정하지 못한 채로 이별을 겪기에 종종 내게 장례 후 보관 방법 중 어떤 게 더 좋은지 물어보시는 보호자님도 계신다. 장례엔 정답이란 없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보호자님 마음이 가장 편하신 대로 진행하시길 권장드립니다.“라고 모든 보호자님들께 감히 말씀드리곤 한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혹은 보호자의 거주 환경에 따라 보관 방법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서 겁이 많은 너는 내 곁에 오래 둘 수 있는 방법으로, 산책을 좋아하는 너는 자연으로 보내주는 걸 택할지도 모르겠다. 




함께하는 행복을 알려줘서 고마워 털복숭이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에 분명 롤크리너로 옷 정리를 하고 나왔건만 옷깃에 매달려 있는 강아지 털을 발견하고선 괜스레 웃음이 났다. 언젠가 장롱 속 옷을 꺼냈을 때 아이들의 털을 보고 그리움에 사무치는 날이 필연적으로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별일 없이 흐르는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모든 이별은 슬프고 조금 더 잘 해주지 못한 마음에 후회가 남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아이들이 나와 함께 했다는 흔적이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도 대담하게 사랑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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