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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27. 2023

안내견은 다 어디로 갔을까

 3년 전 이맘때쯤, 국내 유명 대기업 마트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렬하게 훈련 중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하여 크게 공분을 사는 일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이후에 일어났던 불매운동에서 해당 사건으로 크게 발목이 잡히고, 당시 안내견은 금방 컨디션을 회복하며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당시 안내견의 사회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씁쓸한 사건이었다(오히려 일부 훈련사들은 '이렇게라도 공론화가 되어 다행'이라고..)


 흔히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선글라스와 지팡이, 안내견 세 가지를 먼저 떠올린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안내견에 대한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오며 자랐는데, 막상 실제로 안내견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문 것 같다. 시각장애인은 종종 마주할 수 있는데, 막상 안내견과 동행하는 경우는 보기 어려운 느낌이랄까.


 시각장애인은 왜 안내견의 도움 없이 다니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안내견이라고 하면 왜 항상 온순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트리버를 떠올리는 걸까.


1. 안내견은 왜 다 '리트리버'일까

 원래 최초의 안내견은 셰퍼드였다. 현재까지도 높은 충성심과 지능, 친화력 있는 성격 등 안내견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견종인데, 리트리버가 안내견의 주류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리트리버의 활동량이 더 적다. 원래 목양견(양치기개)인 셰퍼트의 특성상 기초 활동량이 많은데, 리트리버는 활동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맹도견으로 활동하기 더욱 적합하다.


 둘째, 셰퍼드는 보호자의 리더십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셰퍼드의 활동량과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해선 보호자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리트리버는 순종보다 친화력이 강한 견종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능력과 관계없이 적합한 도움을 주기 편하기 때문.


셋째는 그냥 리트리버가 순하게 생겨서다(중요). 어느 정도 사회 활동이 필요한 만큼 외견은 의외로 중요한 영역인데, 시각장애인이 위험한 곳으로 이동하면 잡아끌어야 하는 만큼 안내견은 주로 대형견이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리 훈련이 잘 되었다고 해도 셰퍼드는 인상이 날카롭기 때문에 보행자가 겁을 먹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온순한 외모의 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리트리버가 맹도견으로 활동하기에 조금 더 유리할 뿐, 셰퍼드도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체력과 신체능력이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경찰견, 수색견, 경비견, 마약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견종이다.



2. 안내견이 아니라, '장애인 보조견'이다.

 안내견은 장애인 보조견의 한 종류이다.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장애인 보조견을 마주쳤을 때,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비교적 금방 알아보기 때문에 '장애인 보조견 = 안내견'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을 돕는 청각장애인 보조견(보청견), 지체장애인을 돕는 지체장애인 보조견, 또는 발달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치료 도우미견) 등 다양한 강아지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보조견을 흔히 '안내견'으로 부르는데, 각각의 보조견들은 함께 살아가게 될 사람들의 증상에 맞추어 서로 다른 훈련을 받는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은 보행 중 길을 바로 잡거나 이끌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트리버와 같은 대형견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다른 보조견 중 물리력이 덜 필요한 보조견은 소형견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비숑 프리제와 같은 소형견도 주로 활동한다고.

3. 왜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자녀 한 명을 성인까지 키우는 데 3억 6천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출산율의 지속적인 감소 원인도 경제적인 이유가 큰 부담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장애인 보조견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국내 안내견 양성기관은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평택시에 위치한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두 군데다. 복지사업이 늘 그렇듯 필요성과 의미에 비해 예산과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는데, 지난 3년간 전문 훈련사는 고작 10명으로 훈련사 한 명당 약 7~8마리의 장애인 보조견 훈련을 담당한다.


 그런데 안내견이야 말로 '사람만큼 똑똑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우수한 재능과 체계적인 훈련으로 양성하다 보니 한 마리를 교육시키는 데 무려 2억, 기간은 약 2년이 소요된다. 심지어 훈련사가 아닌 자원봉사자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퍼피워킹(Puppy Walking)' 사회화 기간도 있다!


 보조견 훈련이 워낙 꼼꼼하고 어렵다 보니(안내견 훈련 과정) 총 10마리를 훈련하면 그중 3마리만 장애인 보조견으로 선별되고, 이 3마리도 장애인과 매칭률이 약 20% 수준이다.


 즉 장애인 보조견은 1마리를 훈련시키는 데 2억이 필요하고, 총 10마리의 응시견(?) 중 3마리만 장애인 보조견으로 채택되며, 장애인 매칭률은 20% 밖에 안되는 상황이다.


 장애인 보조견 정책이 바뀌었거나 수가 줄어든 건 아니고, 그냥 선별 기준도 너무 까다로울 뿐더러 교육 기관과 인력도 부족하고, 장애인 매칭률도 낮아 희귀해서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다.




 어릴 적 시각장애인은 다 안내견과 함께 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사람 한 명 키울 만큼의 재화가 투입되는지도 몰랐고, 장애인 보조견을 그저 '똑똑한 강아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더 나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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