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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13. 2023

내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극강의 NF유형인 나는 ‘만약에~~ 라면?’이라는 주제로 시작하는 대화를 사랑한다. 얼마 전 같은 멍멍단 친구들과 함께 “만약에 내 강아지가 딱 한마디만 말할 수 있다면?”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내가 말한 답에 모두들 그게 정답이란 듯 끄덕여주었다.


우리 강아지가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아파요'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어.


조금도 앓지 않고,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주라.




 3년 전 즈음 우리 집 둘째의 이야기다. 오전 내내 낑낑거리며 “소변을 볼 수 없어요”라는 신호를 보내고서야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급하게 달려간 병원에서 방광 쪽의 문제가 심각하여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면 아이가 많이 아팠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좀 더 일찍 눈치채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우리 둘째가 ‘힘껏’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는 이미 혼자서 아픔을 오래 견딘 후였다는 생각에 그간 조용히 참아냈을 내 바보 강아지가 안쓰러워서 입원 수술을 맡기며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음을 쏟았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되었고 현재는 문제없이 건강하지만 나는 이 일이 약간의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아이들의 나이도 지긋한 탓에 식사량이 평소보다 줄거나, 헐떡거림이 심해졌거나 등의 건강 이상 신호를 조금이라도 발견했을 땐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는 유난스러움이 생겼다.  가끔 비반려인인 내 친구 놈 중 하나는 강아지를 모시고 산다며 비꼬듯 말하기도 한다. 그 친구는 모를 거다. 나와는 다른 언어를 하는 이 강아지들이 나름으로 위로를 주기도 하고, 가끔은 진짜 철학적인 인생 교훈을 알려주기까지 한다니까!




 내 강아지들을 넋 놓고 보다가 문득, 얘네는 나를 대장이라고 생각하고 따르고 있는 것만 같다 느껴졌다. 그러면 나는 더 대장답게 하루 종일 나만 바라보는 착한 털 뭉치들을 위해서 꼭 시그널을 재빨리 눈치채줘야지. 혹시 모를 질병이나 사고에도 열성을 다해 케어해 줘야지. 그러니까 아플 때는 조금도 참지 말고 내가 더 잘 눈치챌 수 있게 온몸으로 티 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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