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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14. 2023

발리 말고 달랏에서 생긴 일

 '붕어빵, 군고구마, 호떡 ···' 겨울 간식 3대장 덕분에 겨울을 춥지만 낭만이 있는 계절이라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겨울이 그저 추운 계절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베트남행 티켓을 끊은 이유가 오직 '추워서'뿐만은 아니다. 지난 제주 여행 후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여태 나는 미루던 일들이 참 많았다는 것. 이제라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미루지 않고 움직여 보려 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콩자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누군가 그랬다. 강아지의 세상은 반려인이 보여주는 게 전부라고.


12월의 달랏

 동남아 여행이니 더운 여름을 생각하고선 혹시나 우리 콩자가 발바닥 패드에 화상을 입진 않을지, 진드기 · 벌레 기피제가 필요하진 않을지 또 해외여행이니 더 걱정이 되어서 캐리어에 온갖 강아지 용품으로 가득 채워갔는데 12월 달랏 날씨는 일교차가 컸고 아침과 저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낮에는 햇빛이 꽤 뜨거워서 잘못하면 발바닥 화상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까지 와서 우리 애를 다치게 할 순 없기에 해가 쨍쨍일 때면 지면이 너무 뜨겁진 않은지 손과 발로 바닥 온도를 체크하고선 콩자 산책을 했다.


이 중 3일 동안 콩자가 입은 옷은 단 2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달랏 사람들이 강아지를 좋아하고 친화적이며 친절했다. 우리를 더 신나게 한 건 일부 유적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광지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시장에는 리드줄 없이 다니는 길강아지들이 많이 보였다. 혹시 몰라 그럴 땐 콩자를 안고 다니긴 했지만 함께 갈 수 있는 곳들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었다.


 특히 고마켓에 들렀다가 쑤언흐엉 호수를 콩자와 발맞춰 걷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콩자도 우리가 원래 있던 세계와는 다른 공간에 있다는 걸 아는 건지 마냥 신난 것보다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한 생명이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 벅찬 일이다.



'현생으로 돌아온 걸 환영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날에는 눈이 내렸다. 이거 참, 여행의 결말은 곧 현실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마냥 눈이 펑펑 내리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콩자에게는 더욱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일 테니 공항에서 나가기 전에 따뜻한 옷을 입히고, 눈이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혹여나 바닥에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을까 봐 품에 꼭 안고 이동했다. 평소였다면 걷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을 텐데 추웠는지 꼭 안겨 가던 콩자를 다시 떠올려봐도 귀엽다.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말의 의미를 알진 못해도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서로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콩자야, 네가 처음 집에 왔을 때도 다른 언어를 쓰는 곳으로 여행온 기분이었을까? 작은 네 발로 나만 따라다니는 너에게 내가 가장 큰 세상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리의 세상이 더 다채로워지도록 국내에서도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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