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혼여행으로 처음 방문한 곳은 뉴욕이었다. 14시간의 비행. 처음이었다. 이토록 긴 비행은. 살짝궁 두려움에 우린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알아봤지만, 돈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러던 도중 알게 된 이코노미 스마티움.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고 조금 널찍한 공간이 제공되며, 비행기 탑승도 먼저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비용은 당시 인당 17만 원 정도 더 지불했다.
우린 다른 것보다 라운지 이용과 넓은 공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결제를 했다. 실제 경험해본 이코노미 스마티움은 정말 좋았다. 다리를 펴고 갈 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이 꽤나 훌륭했다.
오전 7시께 공항에 도착해 라운지에서 한참 먹부림을 하다 비행기를 탔다. 누군가 그랬었다. 여행의 끝은 비행장 아니냐고. 그 설렘이 전부지 않냐고.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비행기가 뭐라고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비행기는 마음을 간질였다.
코로나로 막혀있던 하늘길에 오른다는 사실에, 결혼을 해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기나긴 비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한껏 먹어댄 탓인지 배가 불편해 잠을 청하지 못했다. 어쩌면 결혼식 한다고 한동안 쫄쫄 굶고 갑작스러운 폭식에 내 위장들이 놀란 거였을 수도 있다. 그 불편한 배덕에 14시간을 뜬 눈으로 버텨야 했다.
그렇게 미국 땅에 이륙했다. 비행기가 땅에 닿는 순간. 퉁통퉁퉁 하는 그 느낌과 소리. 사람들의 바빠지는 손놀림. 벨트를 푸는 찰칵, 철컥 소리. 그리고 나오는 방송.
“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고 우린 비행기를 나와 입국 심사장으로 향했다. 인터넷에 무수히 올라오던 후일담. 세컨더리 룸에 대한 공포. 영어에 대한 공포.
그리고 마주한 입국 심사관. 굉장히 커다란 사람이었다. 귀를 활짝 열고 그의 영어를 알아들으려 애썼다.
그리고 난 대한민국 공교육에 감탄했다. 들린다. 그의 말이.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미국 사람들의 영어가 귀에 들렸다. 다행히 우린 세컨더리 룸으로 끌려가지 않고 무사히 뉴욕 땅을 밟았다.
도착해 밖으로 나가자마자 느껴지는 대마 냄새. 평생 맡아본 적도 없지만, 맡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대마 냄새구나. 그리고 추적추적 방에서 보면 예쁠 것 같은 비가 우리를 반겼다.
안녕,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