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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Oct 19. 2022

길거리 어묵의 계절

가슴에 품은 5천 원

결혼이 진짜 코앞이다. 정말로.


으레 예신들이 한다는 건 거진 다 한 거 같다. PT 36회. 결과는... 건강해졌다. PT 선생님은 내게 체지방 컷팅해서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떠냐는 소리를 할 만큼.


그다음 내가 찾은 운동. 점핑. 어릴 때 행복에 겨워 타던 방방이는 어른이에겐 잔혹하고 가혹했다. 지금까진 그래도 나름 뭔가 있어 보이는 운동을 위주로 해왔었다는 걸 점핑을 통해 깨달았다.


극한의 허벅지 운동과 더불어 코어 좋은 뭔가 건강한 개구리가 된 느낌. 끝없이 온몸을 다 움직여 어느새 오른손과 오른발이 같이 나가는 기이한 뚝딱거림에 ‘아, 내가 몸치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운동.


솔직히 내가 큰 흥미를 느끼는 운동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해본 운동 중 가장 빨리 몸무게가 준다는 느낌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내 짝꿍은 자기도 건강한 사람이 되겠다며 몇 번 함께 했었다. 나는 그의 재능을 확인했다. 거기 있는 아주머니들도 그를 에이스라 칭했다. 그 얄따란 다리로 콩콩 폴짝폴짝 그 빠른 비트를 흐트러짐 없이 따라간다. 손도 팔랑팔랑 영상에 나오는 전문가처럼 열심히 잘 움직인다. 심지어 선도 정말 예쁘다. 짧은 머리를 팔랑팔랑 거리며 뚝딱거리는 나와 달리 그는 한순간에 점핑 8시 타임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런 그가 한동안 점핑을 나오지 않았다. 표면상의 이유는 ‘야근’, 나는 조심스레 추측 건데 ‘빤스’ 사건이 결정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한참을 뛰고 있는데 뒤에서 그가 다급한 손길로 내 등을 두드렸다. 시끄러운 음악과 나이트 뺨치는 조명에 서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뜻밖에 몸짓으로 말해요를 했다.


그는 엉덩이를 들이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엑스표를 그어댔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이상 없다고 손가락을 말아 오케이 사인을 보내줬다. 운동이 끝나고 찜질 의자에 앉아 그가 내게 소곤댔다.


“너무 심취했나 봐. 북 소리가 났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지가 찢어진 건 아니지?”


“응. 바지는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가 보니 그의 속옷이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한참을 그는 점핑에 나오지 않았다.


요즘 부쩍 회사 일에 힘들어하는 날 위해 그는 큰마음을 먹고 점핑에 출동했다. 둘이 열심히 뛰고 길 건너편 포차에 어묵을 먹으러 갔다. 내 짝꿍의 15년 단골집.


추웠던 어제 날씨에 한바탕 시원하게 땀을 흘린 우리가 뜨끈뜨끈한 국물 호호 불어 한 입, 야들야들한 어묵 한 입. 그리고 그는 바삭한 핫도그를 추가했다. 바삭 아삭 소리에 군침이 돌고 맛나게 먹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는 우리가 너무나 따뜻했다.


3개에 2천 원. 그는 2017년도 12월 어느 날처럼 여전히 내게 어묵 2개를 양보한다. 닭다리도 항상 내게 양보한다. 회를 먹을 때면 광어 지느러미를 내게 양보한다. 이렇게 나는 사랑을 확인한다.


그 포차 앞, 우리의 모습이 잔잔한 행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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