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려묘. 내 사랑. 내 아들. 누군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반려동물.
이해받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나와 내 고양이는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다. 10년 꼬박 크게 아픈 곳 없이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던 아이.
최근 유독 물을 많이 먹었다. 무지한 엄마는 그저 좋아했다. 신장 질환이 제일 걱정인데 물을 잘 먹어주니 고맙다고. 불행 중 다행으로 집사 경력 15년 차 친구가 내 고양이의 물 먹는 양은 정상이 아니니 어서 병원에 가보라 말했다.
이제 스케일링할 때도 됐고, 정기검진도 할 겸 병원으로 향했다. 평소 너무 사나워 수의사 선생님들이 케이지에서 꺼내지도 못하게 했는데,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얌전했다. 덕분에 마취 없이 채혈을 할 수 있었다.
그저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고양이가 처음으로 12시간을 굶어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아이를 입원시키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당연히 이제 마취하고 스케일링과 정밀 검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저... 보호자님, 아이가 당뇨 판정을 받았어요. 마취를 못해서 오늘 예정이던 스케일링은 취소고 대신 당뇨로 인해 합병증이 온 곳은 없는지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이런 정보를 찾아 헤매며 얼마나 울었는지. 다 내 잘못인 거 같아서. 아픈데 아프다 말도 못 하고 그저 엄마 옆에 붙어있던 아기가 너무 불쌍해서.
불편한 마음으로 댕이 만날 시간만 기다렸다. 4시간 뒤 댕이를 찾으러 갔다. 정말 다행히도 합병증은 없었고 건강상 크게 문제 되는 부분도 없다고 했다. 그저 당뇨는 계속 관리하는 병이라고. 완치보다는 우리는 합병증을 막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그날, 내가 생각한 하루는 스케일링과 건강검진을 받은 댕이가 츄르 하나 시원하게 따고 케이지에 들어가기 싫어 발버둥 치면서도 억지로 넣어 함께 집에 오는 거였다. 집에 온 댕이는 내게 짜증을 내면서도 사료를 맛나게 씹는 그런 하루를 그렸다.
그런데 댕이는 그날 우리와 함께 올 수 없었다. 입원해서 혈당이 잡히는지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잠시 댕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무런 기력 없이 입원실에 들어가 있는 댕이는 큰 눈만 깜빡이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짜증도 내지 않고 그저 누워있었다.
왜, 내 고양이가 하필 내 고양이가.
더 큰일이 아님을 감사해야겠지. 더 나빠지기 전에 병원에 온 걸 고마워해야겠지.
댕이를 입원시키고 출근하는 날 정말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정신이 없어 기본적인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어서 퇴근 시간이 다가오기를, 어서 퇴근해 내 고양이와 함께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적의 고양이 댕이는, 다행히 하루 만에 혈당이 잡혔고 집으로 왔다. 퇴원하는 날 인슐린 주사 놓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 어쩌면 평생 댕이에게 바늘을 찔러야겠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아프게 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버텨내고 있지만, 사실 너무나 마음이 흔들린다. 갑자기 쇼크가 오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버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 말고 어떻게든 이겨내려 하는 댕이처럼 나도 이겨내야지. 댕이는 기적의 고양이니까.
언제나 그렇듯 기적처럼 기력을 찾고 츄르 달라고 성질내는 날이 올 거라는 걸 믿어 본다.
익숙함에 소홀했던 시간, 이제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