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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Nov 18. 2022

결혼식, 그리고 사람

“결혼식 하면 사람 걸러진다.”

으레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이 하던 말이었다. 더 이상 거르고 말고 할 것도 없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청첩장 자체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냈다 생각했고 만나서 밥 살 수 있는 이들에게는 다 밥을 샀기에.


그러나, 결과는 충격이었다. 장장 2시간이나 걸려 그 친구가 사는 곳까지 가서 밥을 샀었다. 그리고 청첩장을 줬고, 유독 힘들어하는 그 아이를 위해 같이 눈물 흘리며 공감하고 위로했다 생각했다.


그는 결혼식 당일 잠수를 선택했다. 축의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이 지나도 ‘미안하다, 깜빡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도의 말이면 됐는데 그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흘러가 버렸다.


한 사람. 꽤나 친하다 생각했고 그를 위해 마음을 많이 썼다 생각한 사이였다. 축의대를 맡길 만큼.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축의대 정리가 끝나자마자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당연하단 듯 축의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두 사람이 흘러간 자리는 꽤나 멍했다. 마냥 설레어야 할 신혼여행 비행기 안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마음은 점차 부정적으로 번져 나갔다.


‘이럴 거면 밥이나 얻어먹지 말지 야무지게 얻어먹고, 이것이 진정한 익절인가.’


반면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축하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딱히 친하다 생각하지 않았고 큰 기대도 없던 한 사람. 누구보다 결혼식장에 일찍 도착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와준 것만으로도 주말 귀한 시간 내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사함을 느꼈는지.


문득 인사를 돌며 느꼈다, 꽤나 많은 이직을 했음에도 그 모든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내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모였다. 그걸 본 순간, 내가 그리 못나게 회사를 다니진 않았구나. 언제나 이렇게 진심으로 내 편에 서주는 이들이 있었구나. 그 사실에 감사했고 따뜻해졌다.


이 양가감정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마치 알약을 먹었는데 식도 어딘가 가로로 걸려있는 느낌. 괜스레 짝꿍에게 말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올까 무서워 꾸욱 삼켰다. 그러다 결국 알약을 뱉어내듯 짝꿍에게 말했다.


한 사람은 잠수를 탔고 한 사람은 그냥 튀었다고. 그래서 내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고. 이런 식의 익절 통보는 꽤나 충격이 큰 것 같다고.


이에 짝꿍은 나를 토닥이듯 자신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결혼식도 가고 축의까지 한 친구들이 축의는커녕 축하인사조차 없었다고.


묘한 동지애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식도에 걸려있던 알약이 조금 내려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마음을 나눴기에. 그들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타격도 크고 여전히 꽤나 당황스럽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어떠한 정의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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