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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Jul 03. 2023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는 사람

당신의 쇠락을 지켜본다.


그런 이들이 있다. 무례함과 솔직함을 혼동해 본인에게 유리한대로 가져다 붙이는 이들.

눈 감으면 그만, 무시하면 그만이라지만, 난 그게 쉽지 않다. 왜 타인에게 저렇게 무례한지, 어떻게 가시 돋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지 이해되지도 않을뿐더러 꼭 인생에 있어 저 무례함으로 크게 넘어지길 바라본다.

이번 회사는 꽤나 오래 무탈하게 버티고 있다. 오만 업무를 맡으면서도 상식적인 리더를 만나 역량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일에 치여 힘든 날은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에 행복함 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주말, 휴가 가리지 않고 오는 업무 연락도 괜찮았다. 비영리의 몰상식함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항상 진짜 미안한 데로 시작하는 업무지시. 그 미안하다는 말에, 당연하지 않은 걸 안다는 태도만으로 괜찮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나와 같은 직급. 경영팀 소속의 직원이었다. 그는 교묘하고 교활했다. 똑똑한 머리를 사람 괴롭히는데 쓰는가 싶을 만큼. 그의 밑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2명이 나갔다.

내보내는 방법은 중학교 일진 같았다. 우선 업무를 던진다. 업무 관련 폴더나 참고자료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해내지 못하면 일 못하는 이로 낙인을 찍는다. 점심시간 직전 업무를 지시한다. 아주 급한 업무라며. 그리고 역시나 참고자료나 기존 업무 내역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덕에 그들은 점심을 먹지 못했다.

인사 역시 윗사람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 인사를 해도 그저 씹는다. 그리곤 마우스, 키보드를 부서질 듯 내리치며 짜증을 부린다. 그렇게 공포심을 조장한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을 물어오는 이에게 생각하지 말고 이해하라는 어불성설을 내뱉기도 한다. 물론 업무 성과 빼앗는 건 일상이었다.

결국 그의 밑에 있던 이들은 떨어지는 자존감을 붙잡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그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러왔다. 그래, 나서지 말자. 이제 나도 지킬 것이 너무나 많아진 사람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오지랖 부려봤자, 항상 다치는 건 나였잖아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문제는 자기 밑에 있던 이들이 그가 남들과 달리 윗분들을 속이고 하루 6시간만 근무한다는 내용을 내게 전달해 준 걸 알아서였을까?

이제 그의 공격의 화살은 내게 향하기 시작했다. 내가 윗선에 허락을 맡고 자리를 비우면 전후사정 파악 없이 근태 지적에 나선다. 본인의 일을 이전에 있던 전임자는 해왔다며 던지기를 시전 한다.

본인의 일을 누군가에게 던질 때면 ‘부탁’이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부탁이란 단어를 배우지 못한 듯, 원래 홍보팀에서 했어요. 라며 명령조를 시전 한다.

한 날, 이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그에게 돌아온 답은

“저는 원래 그래요. 저는 솔직한 성격이라”

아... 하필 답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원래’

‘원래’에 담긴 의미는 개선의 의지도, 당신의 상처에 공감할 생각도 없다는 뜻. 그런 이에게 무슨 말을 더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었다.

이 말을 전달한 후 그의 교활함은 한층 더 진화했다. 전체 간식 시간에 본인이 모두 데리고 온 다한 뒤 나만 빼고 모두를 데려가는 치졸함을 보였다.

아주 사소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이 켜켜이 싸여 감정의 골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말 한마디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세치 혀로 천 냥 빚을 넘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이들을 볼 때 예전의 나는 눈눈이이로 되갚았었다.

그러나, 이제 지켜야 할 게 많은 나는, 사랑과 믿음으로 날 지켜주는 이들이 많아진 나는, 그저 문구 하나를 떠올린다.

“누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더라도, 앙갚음을 하려 들지 마라. 강가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곧 그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되리라.”
 
예전에는 이 같은 행동이 참 답답하다 여겼다. 조금 더 성장해 돌아보니, 더러운 것을 치우기 위해 내 손을 더럽히는 것 자체가 내 자신에게 미안한 행위라는 걸 배웠다.

이젠 그저 가만히 앉아 내가 잘하는 ‘기록’이란 걸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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