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아프게 하는 사람

by 갑순이

아픈 말은 잊히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매일매일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나는 댕이에게 말을 건넨다.

말은 건네는 것이어야 한다. 말은 쏟아 내는 게 돼서는 안 된다. 스스로 수없이 되뇐다. 말을 쏟아 내지 말자. 예쁜 말을 건네며 살자.

지키지 못하는 날이 더 많지만, 지키려 나름 애쓰며 산다. 혹여 말을 쏟아 낸 날에는 몇 날 며칠 후회하며 아파하고 사과를 건넬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 말을 아프게 하는 몇몇 이들을 만나며 더더욱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다짐한다.

회사에 한 동료가 있다. 그에게 기분 좋은 소리를 기분 좋은 말이 나오는 걸 지난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본 적이 없다. 머리가 예쁘다는 말에도 ‘그닥.’이란 답으로 돌아오고 항상 불평불만만 달고 사는 그에게 더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피하지 않고 함께 가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은 실패했다. 여사원들 모임을 가졌고 그 모임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연애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연애 예찬론자인 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며 모두 연애하며 삽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네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그 노력에 대한 답은 "연애 안 하면 못 사는 애들이 있지. "

참 아픈 말. 마치 내가 남자가 없으면 못 산다는 것처럼 들리는 그 말에 아팠다. 왜 아무렇지 않게 말을 쏟아내는 걸까.

나는 그런 적이 없을까? 나는 그러지 않았을까? 혹여 내 말에 비수가 꽂혀 마음을 닫은 이는 없을까.

사실 가깝지 않은 이가 마음을 나누지 않은 이가 내뱉는 말은 그리 크게 와 닿지 못한다. 가까운 이가, 사랑하는 이가 쏟아낸 말일수록 아프고 오래 지나도 잊히지 않는 법이다.

그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인 엄마를 통해 배웠다. 가까운 이들에게 더 이쁜 말을 해야 한다는 걸, 더 신경 써 말을 건네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유독 밍구에겐 그게 잘 안 된다. 너무 편해서? 모든 걸 알아줄 것만 같아서? 그 바보 같은 생각에 그에게 상처를 준 날이면 괜스레 아린 마음에 잘 자지 못한다. 사과도 잘 건네지 못한다. 용기가 없어서. 괜스레 잊어주지 않았을까?라는 바보 같은 기대감에.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고쳐가는 4년째.

어떤 한 사람과 연애를 한다는 건 내가 가진 세상 못남을 누구에게도 잘 들키지 않는 못된 부분을 고쳐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을 견디고 함께해주는 내 연인에게 그저 고마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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