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을 습격한 코로나부터 동물을 습격한 돼지 열병까지. 화재와 수재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수난을 겪었다.
너무나 힘든 시기 우리는 또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견뎌냈다. 그렇게 견뎌낸 내 이웃, 내 친구, 우리 독자님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올 한 해는 어떤 한 해를 그려나가야 할까. 사실 벌써 막막하다. 회사에서 내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사람을 만나고 함께 해나가는 사업들인데 과연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새해 첫날이 밝기 전 해돋이를 보러 가고 싶어 하는 밍구를 달랬다. 해는 언제든 뜨지만, 우리 회사에 갓난쟁이 아빠가 있어 그 아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면 그 죄책감은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다 말했다.
이에 차에서만 보면 안 되냐는 말을 꺼내며 결국 단호한 내 표정에 그는 포기했다. 사실 그도 너무 고루해진 데이트에 나름 마음을 쓴 거란 걸 알고 있다.
언제나 당연하단 듯 누려오던 일상이 무너진지는 오래다. 그렇게 가고 싶던 폴댄스 학원도 가지 못한 지 오래고, 친구들과 매월 누리던 술 모임도, 송년회도 과거의 추억으로만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일상은 무너졌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여전하다. 덕분에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고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우리 집 고양이와 놀이 시간이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갈증을 느낀다.
사람을 만나고 가진 에너지를 외부에서 풀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나는 요즘 집 안이 답답하다. 안락하면서도 답답하다. 붕어빵 하나 마음 놓고 길에서 먹지 못하는 지금이 답답하다.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며 앞이 안 보일 정도의 김에 숨어 한 입 베어 물던 지난겨울을 추억에서만 맞이하는 게 슬프다.
이런 답답함을 난 어떻게 참아내는지 스스로 궁금했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그런 답답함을 지탱해주는 건 딱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나의 반려묘. 혹여나 내가 코로나에 걸려 격리된다면 나의 고양이는? 보살펴 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코로나 확진자가 키우던 고양이를 누가 과연 맡아줄까? 그런 고양이는 어떻게 버텨낼까?라는 걱정.
둘째는 밍구. 본인은 부정하지만, 내가 볼 때 그는 자신의 업을 너무나 사랑한다. 자신이 참수리가 그려진 조직에서 함께하고 나라를 위해 무언갈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꽤 큰 사람이다. 답답함 속에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 내 연인. 그를 맞이하기 위해선 다른 생활을 포기하는 게 맞다. 혹여 내가 답답함을 핑계로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그게 밍구에게 옮아가면? 밍구는 엄청나게 좌절할 게 분명하다.
셋째는 내 회사. 진심으로 난 지금의 회사가 정말 좋다. 그 회사에 다니는 이들 역시 좋다. 그런 회사를 지키고 싶다. 아이들이 있는 회사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 내 이기심으로 잠깐의 흥을 위해 놀이터도 유치원도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모든 게 제약된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
따지고 보면 참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내 삶을 구성하는 가장 큰 것들이 나를 붙들어주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오는 묘한 우울감은 해소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시작한 스쿼트 200개와 요리.
만들어 먹고 운동하고, 만들어 먹고 운동하고. 이런 재미라도 누릴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싶다. 이게 괜찮은가 싶다. 우린 정말 괜찮은 걸까? 많은 이가 애쓰고 많은 이가 ‘존버’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지금.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들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