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닌 성장의 밑거름

차별에 부끄럼이 없는 당신을 보며 난 또 한걸음 성장한다

by 갑순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 내가 미워 죽겠어 내는 생채기에 무너지지 말자. 그건 생채기가 아니라 거름이다. 그 거름 밑천 삼아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자. 아픔을 글로 치유하며 그렇게 나아가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올해를 나고 있다. 역시 평탄하긴 그른 인생인지, 며칠 전 내 부서장은 날 불렀다. 당연히 업무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가 처음 꺼낸 말.


“난 네가 불편해, 네가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틀린 것도 아닌데 난 당신이 불편해.”


그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타인에 대한 수용력 없음을 부서장이란 사람이 일말의 부끄럼 없이 꺼내놓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성향과 나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장점이 있을 수도,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 그러나, 그 다른 성향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가는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실현해 내는 자리가 부서장이라 생각했다.


운이 좋아 엉겁결에 부서장 자리에 앉은 것을 방증이나 하듯 그는 협소한 자신의 시야를 그대로 들어냈다.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은 산만하지만, 추진력이 있고 언제나 결실을 맺는 사람. 지금껏 만난 어른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내게 내린 평가였다.


내 직무는 언론 홍보다. 큰 계획을 세울 수는 있으나, 매번 변수가 있다. 그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해내는 것이 내 역할이고 내 성향에 맞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 행동이, 목소리가 커서 불편하다는 그 일갈에 먹먹했다.


사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싫어한다. 내 모든 행동에 꼬투리를 잡고 업무적으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비난을 섞어 소문을 내고 나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언니, 동생 하는 회사 책임자에게 말한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 신경 쓰였지만,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나온 글귀 하나만을 되새겼다.


“남이 쏜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마라.”


남이 내게 화살을 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딱 한 발이다. 그 화살을 내 가슴에 꽂고 또 꽂고 그렇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건 자신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래 봤자 부서의 장일뿐이다. 그가 내 인생을 쥐고 흔들 권한을 부여해선 안된다.


그렇게 묵묵히 난 노동자로서 책무를 다했다. 그렇게 가만히 내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는 결국 자신의 편협함을 토로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솔직히 대답했다. 나는 당신이 싫지 않다고. 성향의 다름은 존중하고 일터에 일하러 나왔으면 서로 그냥 일하면 된다고. 그런데 당신은 일조차 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날 존중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그냥 다름에 대해 인정하자고, 그리고 나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는 중단해야 할 거라고.


이런 말을 내뱉는 동안 그는 역시나, 언제? 몇 월? 며칠?이라는 뻔한 레퍼토리를 읊었다. 대체로 이런 경우 나는 포기한다.


대화할 의지가 없는 사람. 그냥 이런 신경전에서 우위에 서고 상처 받은 내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그런 부류.


그래서 말했다. 그건 그간 기록한 제 기록을 뒤져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걸 일일이 다 기억하면 제가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하나요?


그 말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 기록을 내놓으라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난 팀장이야, 넌 팀원이고.


그 뻔한 생각에, 행동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조금은 슬펐다. 50대. 그의 나이.


그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고 그냥 늙어 버렸구나, 이런 사람이 이 사회를 바꾸겠다는 이 회사에 몸을 담고 부서장이란 이름으로 앉아있구나.


그럼, 나는? 나는 괜찮은 걸까? 나는 늙지 않고 어른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잘 닦고 있을까?


차별에 당당하지 말자.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진실하게 용서를 구하자. 그렇게 어른이 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맑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