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었던 내가 결혼을 이야기한다

너를 만나 무르익었다

by 갑순이

"난 결혼 안 할 거야!"


"너 같이 말하는 애들이 꼭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더라."


대학 시절 술집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 연애 그리고 결혼. 취업만큼이나 결혼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결혼은 곧 출산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난 결혼은 내 인생에 없다고 장담했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 내가 좋은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어서.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진.


내 사랑과 벌써 만 4년을 만났고 어느새 우린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기시되던 우리 사이 결혼이 이제는 당연해졌다. 따뜻한 사람, 안정적인 사람, 나무 같은 사람.


무심한 그의 모습에 왜 당신은 뜨겁지 않냐며 화도 내 보고 그 무심함에 상처도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무심한 게 아니라 무던한 사람인 걸 알았다. 한결같다. 매주 금요일 퇴근하고 자신의 집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우리 집으로 오는 모습도, 매년 생일 손편지를 들고 나타나는 모습도, 그 흔한 권태기 없이 그 눈빛 그 온도 그대로 날 봐주고 있다.


그런 그와 결혼을 이야기하고 신혼집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월급 명세서를 교환하고.


그간 모은 돈을 공개했을 때, 밍구가 모은 돈 3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임에도 그는 "와~ 대단하다! 많이 모았네!"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 돈으로는 예물도 제대로 못할 금액이었다. 그는 그런 내게 괜찮아, 내가 돈이 좀 많아! 라며 으스댔다. 그 으스댐이 나에 대한 배려라는 걸 알았다.


혼수도 이사 갈 걸 고려해 간단히 자신의 돈으로 하자고 했다. 그의 그런 배려에 내가 그간 모은 돈 전부를 밍구에게 주겠다 말했다.


이런 배려, 양보... 가을 햇살 한 움큼이 마음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우린 이렇게 무르익었구나. 우린 이렇게 노을색의 사랑을 하고 있구나.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모든 걸 오픈했다. 내 최대 채권자가 한국장학재단이란 것도, 아기를 낳을 자신이 없단 것도.


한동안 아기로 참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하나가 돼가나 보다. 그렇게 우린 하나가 될 용기를 키워가나 보다. 이번 주 예식장을 보러 간다.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안 싸울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그치만 이 시간이 오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되새기며 보듬어야지.


오늘의 이 감정을 알려준 당신, 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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