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트렌드에서 배운 것

우리는 대화하고 공감하자

by 갑순이

요즘은 이혼이 트렌드인 것 같다. 이혼한 연예인들이 함께 나오고, 지난날의 아픔을 되새김하고. 이혼한 남자 연예인들로 구성된 예능이 나오고.


이혼, 이혼... 이혼 가정에서 자란 내게 썩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다. 부모의 이혼은 내게 많은 생채기를 남겼으니. 헤어진 당사자들은 행복할지 몰라도, 헤어지는 과정을 그 사이에서 견뎌야 했던 나는 불행했고, 아팠으니까. 그 이후 어떤 사과나 치유도 받지 못했으니까.


이혼한 이들이 TV에 나와 이야기하는 걸 들어봤다. 공통적인 게 있었다. 그들 사이엔 대화가 없었고, 공감이 없었다.


아프면 아프다, 너의 그 행동이, 시어머니의 그런 행동이 나를 아프게 한다. 이야기하지 않았다. 꾹꾹 눌어 담아 참고 참다 폭발하면 부정적인 감정만을 토해냈다. 울고 화내고. 그리고 상대방은 공감보단 방어에 급급했다. 나는 이랬잖아! 우리 엄마가 이것도 해줬잖아. 그럼 아니! 내가 아프다고! 이 무한 굴레에 결국 대화를 단절하고 감정만 쌓아가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대화의 스킬. 나도 너무나 부족하다. 짝꿍과 같이 산지도 어언 4개월. 5년간의 연애가, 지난날의 치열했던 싸움들이 더는 싸울 일을 안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린, 싸웠다. 예복 사태 때 너무나 안일하게 방관만 하는 그의 태도에, 이 결혼을 나만 좋아서 하나 싶을 만큼 준비 과정에 일절 신경 쓰지 않는 그의 태도가 너무나 서운했고 이런 남자와 어떻게 한평생 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입을 닫았었다. 입을 닫은 내게 그는 화를 냈다. 만날 대화하자고 해놓고 정작 너는 입을 닫아버리고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게 내로남불이 아니고 뭐냐는.


결국 서로 가시로 찔러대기 급급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아프게 해서 내가 얻는 건 뭘까? 날 위해 모든 걸 내어놓는 이 착한 남자를 아프게 해서 얻는 건 뭘까.


결론은, 없다. 사과의 말을 건네며 설명했다. 그런 안일한 태도, 나만 쌈닭으로 만드는 방관자의 모습은 내게 큰 상처가 된다고. 차분한 내 설명에 그도 화를 삭이며 미안하다고, 반성하겠다 말했다.


그리고 우린 약속했다. 우리 대화하자, 그리고 공감해주자. 이해가 안 돼도 될 때까지 생각하고 공감해주자. 그리고 이겨먹으려 하지 말자. 이겨 먹을 대상은 밖에서 찾자.


나도 이제 차분히 속을 꺼내어 보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분노를 쏟아내지 않고, 너의 이런 행동이, 이런 말들이 나를 아프게 해.라고 정제된 감정을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결혼 생활의 첫 숙제라 생각한다.


그도 그 나름의 숙제가 있을 거다. 서로의 숙제를 잘 해결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게 결혼이다. 그저 좋아 죽겠는 감정을 지나, 무르익고 편안해지고 하나가 되기로 약속한 지금,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나가기 위해 우린 해내야 한다. 우린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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