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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Aug 22. 2022

사람이 싫어졌다.

혼자 있고 싶어.

요즘 모든 게 싫다.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 요즘,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져 버렸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던 나인데, 요즘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소모되는 느낌마저 든다. 그저 침대에 너부러져 고양이의 묵직한 체중과 따뜻한 체온만 느끼고 싶다.


최근 내가 느끼는 이 지겨움은 사람으로부터의 질림인 것 같다. 기자로 사회에 발을 디뎠고, PR 담당으로 참 다양한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일까? 사람에 대한 파악이 너무나 빨리된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지금 저 말을 내뱉는 의도가 무엇인지 빤히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벽을 쌓는다.


‘당신 같은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지 않을 거야.’


마음속 혼잣말이지만, 상대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그렇게 주고받지 않아도 될 생채기를 서로에게 내보인다.


내가 가진 오지랖 또한 사람들과의 거리를 만들고 있다. 누군가 나를 보며 “외롭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 주변에 괜찮은 남자 없어?”라는 이 말을 흘려들으면 되는데 흘려듣질 못한다.


그리고 나서서 소개팅을 주선해왔다. 그냥, 선의고 호의였다.


이런 내 선의와 호의가 이제는 멈춰져야 할 때라는 걸 최근 아프게 느꼈다. 나이가 많은 한 여자 지인. 소개팅 시장에서 그녀는 모든 게 애매했다. 키도 애매하게 컸고, 살집도 애매하게 있었고, 얼굴도 애매했다. 무엇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소개팅을 시켰다. 첫 소개팅 후 그녀는 내게 상대 남성에 대한 품평을 늘어놨다.


결론은, 어떻게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을 소개해줄 수 있어?


미안한 마음에 그녀와 동갑인 남성을 소개해줬다. 그녀는 역시나 품평을 늘어놨다.


결론은, 남자가 내게 적극적이지도 않고 학벌이 마음에 안 들어.


그녀의 불평을 듣는 것도 지쳐 마지막이라며 잘생긴 그러나 인성은 보장하지 못하는 연하를 소개해줬다.


결론은,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품평이 끝난 건 아니었다. 나보다 돈을 못 번다는 게 불만이었다.


참고 참던 난 계속 선을 넘는 그녀에게 경고를 날렸다.


지금까지 언니의 말을 종합하면,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아야 하고, 키는 180 이상, 얼굴은 누가 봐도 준수한 편, 그런데 돈은 사회 경력 10년 차인 언니보다 많이 버는, 심지어 언니에게 적극적으로 구애까지 하는 남성. 그런 남자가 언니를 왜 만나요? 냉정하게 소개팅 시장에서 언니가 그런 남성에게 등가 교환되는 가치가 없잖아요. 그런 남자는 20대 만나요. 노산을 걱정하는 삼십 대 중후반 말고.


내가 쏟아내자 적잖이 당황한 그녀는 애써 변명하려 했다. 그런 그녀의 변명에 나는 말했다.


언니, 속으로는 그런 걸 다 따질 수 있어요, 그런데 내 소중한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품평하는 걸 듣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그녀에게 해주는 소개팅은 잠정 중단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보다 돈 못 버는 잘생긴 연하와 이별 후 또 내게 소개팅해줄 것을 넌지시 요구했다.


그 요구에 나는 언니를 만족시킬 남자가 없다는 말로 회피했다. 그 뒤로 그녀는 갑작스레 나와 멀어졌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만 보면 외롭다, 결혼을 글러 먹은 거 같다며 하소연만 늘어놓는 이들, 그런 이들에게 과장 조금 보태 20번은 소개팅을 해줬는데, 매번 돌아오는 건 하소연이었다. 그리고 당연하단 듯 다음 소개팅을 바라는 사람. 그들은 내가 그런 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조금이나마 생각은 하는 걸까?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환멸감 아닌 환멸감을 느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푼 호의가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니 사람이 싫어졌다. 물론 이런 감정 또한 지나갈 거라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잠시 쉬다 툭툭 털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털어내려 애쓰지 않으려 한다. 이 또한 내 마음의 소리이기에 귀 기울여주려 한다.


사람이 싫어진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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