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럽집 Nov 22. 2019

영화 에세이 <조커>

조커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영화 정보


제목: 조커(Joker)

장르: 스릴러

주연: 호아킨 피닉스

개봉: 2019년 10월

요약: 온갖 절망 속에서 웃어야만 했던 남자를 다룬 영화





조커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조커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이전의 모든 과정에서는 조커의 삶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조커'라는 인물은 악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쁜 환경이지만 '장애'때문에 웃으며 살고 있다.

그래, 물론 환경이 나빴다고 해서 그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자가 된 것 까진 정당하다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난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 조커의 반등 또는 성공을 보기 위해 기다렸었다. 도저히 볼 수 없었던 '해피엔딩'이 없어서 아쉬움이 큰 영화였다.

어두운 분위기에 등장하는 참혹함과, 계속되는 감정적 긴장감. 그래서 <조커>라는 영화를 보는 게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보고 난 후에도 조커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며칠을 앓았다.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조커는 약자이기 때문에 약자를 죽이진 않는다.

1970년대 뉴욕의 빈민가를 상징하는 계단. 잠깐만 근데 "약자가 강자를 죽이는  말이 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당연히 안될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어내고 싶은 부분은 "약자를 죽이지 않는다"라는 점이었다. 조커의 집에 찾아온 한명은 죽였고, 난쟁이 친구 개리는 죽이지 않고 문까지 열어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있는 단적인 예였다. 불쌍해본 사람은 아는 것이다. 힘에 굴복해본 사람은 부당하게 사람들을 함부로 하지 못하거나, 함부로 해놓고도 죄책감을 갖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 심정을 아니까"

그래, 조커는 약자에게 공감하고 있었고, 그렇다는 건 자신이 불쌍한 약자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걔들이 뭐라고 그렇게 슬퍼해?"

마음 아픈 대사. 이 말을 한 조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봤다. 조커는 '걔들의 삶'이 안 중요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삶이 더 슬프다' 그래서 '내가 더 불쌍하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당하게 돈을 벌려고 광대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데 지나가다 괜히 조커를 몰매 때리는 아이들이 있었고, 매 맞은 것도 모자라서 들고 있던 피켓까지 모두 부서져 버렸다. 망가진 자신의 얼굴과 피켓을 보면 속상했을 텐데 회사 사장은 조커에게 변상까지 요구했고, 버스를 타고 가다 눈이 마주친 아이를 웃겨 주려던 호의는 보호자에게 불쾌한 오해를 사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하며 조커는 그저 웃는다. 누가 그 속을 이해해 줄까. 얼마나 억울했고 그 속이 타들어 갔을까.



절망 속에서도 인간적이었던, 인간적이면서도 잔인했던 조커.

종종 조커가 '코미디'를 공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을 웃겨주는 희극 배우가 되길 자처했던 조커. 유머는 영어로 homor, 인간은 영어로 human 이니까 한마디로 조커는 계속 '웃음'이라는 '인간다움'을 공부하다가 결국 인간을 죽이게 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조커와 관련 있던 주변 인물들을 끄집어내어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커의 정신장애를 상담해주던 '상담사'는 조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고, 조커의 직장 동료 '랜들'은 감싸주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배신했고, 회사 '사장'은 조커의 말을 믿지 않았고, 자신의 '아빠'라고 추정되는 사람은 아니라며 따귀를 때려 돌려 내쫓았다. 거기에 유일한 내편 '엄마'마저 어릴 적 자신을 학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조커의 탄생.

모든 존재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지만 마지막엔 폭력적인 무리에게 영웅처럼 추앙받는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며 조커가 탄생되는 것이다. 조커의 고독한 처지에서는 폭력적인 무리라고 할지라도 '착한 내 편'이었겠으며, 유일한 내 편이었지만 어쨌든 다수의 입장에서는 모두 나쁜 놈들.

어두운 세력에 지지받으며 탄생하는 조커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무얼 했는가. 도와줬는가 방치했는가 연민을 가졌는가 보호했는가. 어쩔 수 없는 악당이 탄생한다. 그건 그 주변의 모든 나쁜 것들이 만들어낸 '조커'라는 결과물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의 현재와 과거를 여행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