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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May 04. 2020

스페인 코르도바 여행 Ⅳ

여행고픔증 연재 007. 메스키타 - 정원과 전망대


외부에서 본 '캄파나리오 탑'
캄파나리오 탑에서 본 '오렌지 정원'


입장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다음 날 다시 온 메스키타 정원.


밖에서 보면 2층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메스키타 정원조차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이를 '히든 아키텍처(Hidden Architecture)'라고 부르는데, 반드시 입장을 해야만 정원을 볼 수 있고 캄파나리오 탑에는 30분에 한번, 30분씩만 관람 가능해서 왠지 더 가고싶어졌다. (욕심났음) 6월에 오렌지 정원에 들어서면 '오렌지 향기'가 그윽하게 퍼진다.


메스키타는 이슬람과 기독교 예배당이 있는 본 건물 말고도 정원과 전망대가 가볼만하다. 메스키타 입장권을 끊으러 갈 때 자연스럽게 정원을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 정원은 관람료가 따로 없고 누구나 들어와서 사진을 찍거나 쉬었다 갈 수 있었다.


캄파나리오 탑은 한국돈으로 오천 원 정도의 입장료가 있는데 메스키타 내부 입장권과는 별도로 구매해야 하며 1시간에 1번씩만 입장 가능해서 미리 표를 사두고 가서 기다리는 게 좋다. 게다 메스키타 내부 관람시간과는 별도로 운영시간이 짧아서 일찍 종료한다. 그래서 나와 일행도 메스키타 내부를 관람한 후, 다음 날 다시 가서 전망대를 올라갈 수 있었다. (메스키타 내부 관람할 때 미리 전망대의 운영시간을 확인하고 티켓 구매해 두세요)




캄파나리오 탑
캄파나리오 탑
캄파나리오 탑에서 본 코르도바 시내


"캄파나리오 탑에서"


매번 탑에 오를 때마다 "예전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시를 내려다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사연들로 이야기되어 있을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전 형성된 마을인 만큼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어렵게 이 캄파나리오 탑에 오르긴 했지만, 전망대에 오르니 이렇게나 멋진 코르도바 시내를 내려볼 수 있었다. 1000년 전 론디니움(런던), 파리, 로마 등 유럽의 대도시 인구가 1만이 채 되지 않았을 때 50만 명이 살았다던 코르도바. 그때 형성된 도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지금은 3유로(약 5천 원) 정도를 내고 입장해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지만 사실 캄파나리오 탑(Torre Campanario)의 역할은 따로 있었다. 하루 5회 기도하는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것. 아랍어로 빛을 두는 곳, 등대를 의미하는 '마나라(manāra)'의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캄파나리오 탑'이었다 다.


787년쯤 지어지고, 200년간 3번의 증축을 거쳤던 이 탑은, 1236년 기독교 세력이 코르도바를 다시 탈환한 가톨릭 세력도 이 캄파나리오 탑의 매력에 빠져 철거하지 못하고 성당 종탑으로 계속 사용한다. 그래서 지금도 메스키타를 방문하면 이 탑을 볼 수 있고, 올라가서 도시를 전망해볼 수 있게 됐다.



오렌지 정원
메스키타 정원에 앉아 쉬는 사람들
오렌지 나무들
파티오 데 로스 나란호스(Patio de Los Naranjos)


메스키타 정원에 있는 것들


'캄파나리오 탑'이라는 멋진 종탑의 전망대도 가볼 만 하지만 메스키타 정원에 가면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스페인 남부에 녹아있는 이슬람 문화를 느끼기 좋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파티오 데 로스 나란호스(Patio de Los Naranjos)'라 불리는 곳은 스페인어라 어감이 좀 어렵지만 간단히 말해서 '오렌지 정원이 있는 중정'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Patio'라고 부르는 게 한국말로 하면 '안뜰' 또는 '중정'쯤 되는데 규모 말고 모양만 보면 'ㅁ'자 모양으로 된 한옥과 비슷하다.


파티오 데 로스 나란호스'는 오렌지의 중정이고 그게 분수의 이름이다. 분수 가운데는 이슬람 문명의 기술이 들어간 '물시계'가 보인다. 지금은 이 분수가 사람들이 앉아있는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엔 예배를 드리기 전, 몸과 감각들을 깨끗이 씻고 들어가는 용도로 사용됐던 곳이다.


나는 솔직히 오렌지 정원의 분수를 보면서 '몸과 감각들을 씻다'는 종교의식에 모순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독교를 믿지만 모든 종교를 인정하고 교리들을 존중하긴 입장이긴 하지만, 이 곳 메스키타의 분수는 '인간의 오감'을 지옥으로 가는 문이라 규정하고 씻어내는 의식을 행했다고 하니까 의아했다.


인간의 감각을 '지옥으로 가는 문'으로 규정한다면 "신을 믿기 위해 인간이 인간다움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갖게 된 거다. 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을 위해 인간이 인간 본연의 감각과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다. 신은 신이고, 무언가보다 우월하다 단정할 순 없더라도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거니까..




로마의 기둥과 이슬람 아치


이로써 '메스키타'를 관람했던 모든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여행고픔증 연재

005. 메스키타 - 이슬람 편

006. 메스키타 - 가톨릭 편

007. 메스키타 - 정원과 전망대 (해당 글)


원래 '메스키타'로 이 주제들을 다 묶어서 작성하려 했는데, 워낙 양이 많고 구분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나눠서 작성하게 됐다. 처음에 이 글을 쓰려 할 때는 "사진위주로 짧게 기록하자"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2주 동안 최근 몇 년 읽었던 책과 다큐, 여행 준비했던 자료들을 모아 정리해보니까 "오래 걸리더라도 이 자료를 취합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취합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코르도바의 메스키타를 의미 있게 여행할 수 있도록 정리해보자"라는 목표로 3개의 글을 작성하게 됐다.


여행은 결국 '각자 인생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동안 누군가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추억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게 여행이다. 그래서 코르도바의 이야기를 알고 가면 좀 더 여행이 즐거울 거라 믿는다.


당신의 여행이 즐거워지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헤르만 헤세'의 명언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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