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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Aug 25. 2018

엄마가 없는 세상의 외로움

영화 [서치] 후기 / 딸의 실종으로 드러난 '아이의 외로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보단,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감정들'에 대해 나열했습니다.


영화 [서치]의 감독과 아빠 역을 맡은 배우


고등학교 졸업앨범엔 내 장래희망이 "좋은 아빠"라고 써져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언젠가 나도 아빠가 됐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이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태어날 내 아이에게만은 '엄마가 없는 세상의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영화 '서치'는 딸의 실종을 다루고 있다. 암으로 엄마를 여의고 남은 아빠와 딸, 둘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실종되고 말았다. 찾기 위해 아빠는 먼저, 딸의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다음은 딸의 개인 정보가 있는 이메일, 노트북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그 노트북에서 아빠는 그동안 딸이 느꼈던 '엄마가 없는 세상의 외로움'을 알게 된다. 


딸은 엄마를 잃고 외로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는 그 공백을 그동안 메워주지 못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엄마의 역할까지 겸하려 했겠지만 잔소리 외엔 해주지 못했다. 특히 아빠는 엄마에 대한 기억도, 추억도 아픈 상처가 되어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아서 엄마 얘기를 그동안 기피했었는데, 아빠의 이런 점은 엄마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싶던 딸에게 점점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노트북 여기저기엔  마음 나눌 친구도 없이, 오직 '외로움'을 느꼈던 흔적뿐이었다.


이 영화는 '딸의 실종'을 통해 가족의 의미, 엄마와 아빠의 존재, 인간의 오해, 단정, 진실 등 인간의 감정들이 전개되면서 관람자들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

영화 [서치] 티저 예고편 中 '가족사진'


해병대 훈련병 547명이 연병장에 모였다. 운동장 비슷한 널찍한 벌판에 조회를 하는 교장선생님처럼 교관이 외친다. 


"편부나 편모 가정 손들어

조용히 나는 손을 들었고, 500명이 넘는 동기들 중에 '편부'는 나를 포함해서 고작 3명뿐이었다.


(편부: 명사. 어머니가 죽거나 이혼하여 홀로 있는 아버지


엄마가 없을 순 없는데, 아빠는 맨날 엄마가 없다고 했다. 있긴 있었을 텐데 차라리 솔직히 "엄마가 없다고 생각해"라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긴 그렇더라도 엄마가 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영화 [서치]에서 딸 '마고'를 보면서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로움을 겪어보니까 엄마가 없는 세상에 살다 보면, 적극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은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마고의 경우처럼 안타깝게도 본인을 더 바짝 옥죄는 에너지가 생기기도 한다. 엄마는 죽었는데, 마고는 엄마와 완전한 이별을 하지 못한 채 엄마를 그리워한다. 보고 싶어 한다. (당연하게도..)


보고 싶어 하다가 그 대상을 만난다거나, 아니면 실낱같이 만날 확률이라도 있다면 무기한 기다리면서라도 그나마 숨을 쉬겠는데, 보고 싶은 사람이 이미 '이 별'에 살지 않는다면... 그 우울감은 더 막연해지며 더 깊숙한 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사별'의 경우라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으로 더욱 심히 빠져든다.




컴퓨터, 추억 저장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죽기 직전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의 사진을 꺼내본 후 죽음을 맞이한다. 대표적으로 '전쟁 영화'에서 군인들이 폭격을 맞기 시작할 때 이런 장면들이 연출된다.




이 영화에서는 컴퓨터에 파일로 추억을 이미지로 저장해놓은 장면을 특히 많이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시대였다면 보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꺼내봤겠지만, 이처럼 요즘은 거의 컴퓨터에 이미지로 저장해 놓는다. 찾아서 클릭만 하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삭제'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잊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언젠가는 삭제되어야, 죽은 이도, 남은 이도 서로 잊히면서 마음이 편해질 텐데, 세상은 너무 가혹하게 발전되어 있다.


영화 [서치]에서 아빠 역을 맡은 배우와, 감독 '아니쉬 차칸티'


영화의 첫 장면부터 '윈도 XP' 배경이 나온다거나, 컴퓨터에 등록된 스케줄 알람이 뜨면서 시간이 전개되면서 컴퓨터와 밀접한 사생활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바탕화면에 폴더를 클릭하는 장면 다음엔 가족끼리 찍은 핸드폰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고, 폴더명은 추억이 깃든 날짜와 문구로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단계적으로 고스란히 나온다. 


주인공의 얼굴은 없이, 원격 화면처럼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이 영화의 특이한 촬영기법이다. 요즘 시대, 굉장히 '일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딸의 실종 단서를 '컴퓨터'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컴퓨터라는 게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고 은밀하게 가까이 있었는지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구글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래서인지 영화 중에 주인공이 '페이스북'비번을 찾기 위해 '구글 메일'을 접속한다든지, '구글 메일' 비번을 알아내려 '야후 메일'에서 인증을 받는다든지의 모습은 우리네 일상에서 늘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다. 일상에서도 비번을 자꾸 까먹고 위 과정을 반복적으로 밟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이버'세상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실종된 딸의 전화가 페이스타임으로 걸려오는 모습
사이버시대를 가늠케하는 영화의 스틸컷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

- 실종된 딸을 찾는 어느 아버지


영화 中 딸의 실종사건을 보도하는 매체의 화면
딸의 행방을 찾는 아버지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라는 문구는, 실종된 딸을 그리워하는 한, 아버지가 지은 '가훈'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고 여전히 딸을 못 찾고 계신다. 안타깝고 마음 아파지는 짧고 강한 문구다.




영화에서 점점 딸을 찾는 아빠는 잠도 못 자고 야위어간다. 사건은 결말을 가늠할 수 없도록 반전을 거듭하고, 추측과 단서로 찾은 단정과 확신은 빗나간다. 가장 확실한 딸이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었고, 개인적인 생활 모두에서 외로움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외로움'으로 인한 가출이거나 도발로 좁혀지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살며 외롭게 지내는 딸, 그리고 그 딸을 찾는 과정에서 딸에 대해 부족했던 점을 깨닫는 아버지, 컴퓨에서 찾은 실마리로 이어지는 긴박한 사건의 전개.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해, 단정, 그릇된 확신, 분노, 실수, 용서와 끔찍한 인간의 짓궂음까지 영화는 담아냈다. 


외로움을 겪어본 사람, 딸의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 아버지가 될 사람 모두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 정보:


제목: 서치 / Searching, 2017

장르: 드라마

배우: 존 조, 조셉 리, 미셸 라 외

감독: 아니쉬 차칸티

개봉: 2018년

평점: 개봉 예정. (시사회 관람)


링크 <서치> 후기 2: '윈도'와 'Mac'으로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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