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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워줘서 고마워. (완)

12화 - 앞으로도 잘 부탁해.

by 데이지

너와 함께한지 벌써 12년째. 2014년에 유리창 너머로 처음 너를 본 순간을 나는 여전히 잊을 수가 없어. 아직도 너의 눈을 쳐다보면 그때 나를 바라봤던 그 눈빛이 떠올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키워준 우리.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마루야.




마루와 함께 살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20대 중반 첫 직장에서 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그토록 바라던 서울로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를 잃고 아픈 마음을 마루와 함께 하며 조금씩 잊을 수 있었다.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던 그 시절, 나는 마루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배웠다. 인내심이 아닌 그저 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걱정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심심했구나.

궁금한 냄새가 나는 쓰레기통은 넘어뜨릴 수 밖에 없었구나.

신선한 공기와 다양한 냄새를 맡는 산책시간이 행복하구나.


나는 더이상 참지 않아도 됬고, 마루와 함께 만들어가는 규칙들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 때때로 불편한 일들도 많았지만 함께 할 수 있다면 그쯤은 가벼웠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널 보며 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흐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꼬물이 시절의 마루는 어느새 훌쩍 늙었다. 진한 갈색털이 하얗게 밝아져가고, 까맣던 콧등은 점점 갈색으로 흐려지고 있었다.


큰 잔병치게 하나 없었던 마루는 조금만 무리해도 금방 앓게 되었고, 더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마루와의 소중한 시간에 더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귀찮게 달라붙는 마루를 꼬옥 안아주기도 하는 요즘이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마루를 키우면서 누군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마음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언제든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마음을 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배우게 되었다.


함께 불편하고, 함께 작은 생명체를 키워나간다는 것은 꽤 많은 양보와 희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걸 같이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마루와 함께 하는 12년,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책임감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깨달았던 지난 시간들이 있기에, 앞으로의 시간들도 설레이며 기대하는 중이다. 곧 우리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다른 규칙들을 만들어갈 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땐 어떤 변화들이 있을지, 또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한가지는 기대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더 단단하고 돈독하게 새로운 관계를 꾸리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이다.


마루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나는 마루 덕분에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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