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널 걱정해주는 사람.
너와 함께한 서울살이가 너무 만족스러웠었어. 첫 집에서 그 다음집으로 갈 때는 조금 더 너와 나를 위한 곳으로 정했지. 너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큰 쇼핑몰도 근처에 있고, 그 건물 1층엔 동물병원이 있었어. 첫집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 편리성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났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마루는 5살이었다.
이상하게 이사를 자주 다녀서였을까,
우리와 함께했던 기억이 있어서 였을까,
마루는 4살무렵부터 부쩍 얌전해졌다.
마치 아이가 사춘기가 지나고
철이 든 것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이 왠지모르게 짠하기도 했고,
좀 대경해보이기도 했지만 다행이었던 것은
예전만큼 짖거나 사고치지 않았기에
어딜가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었다.
마루와 서울에 오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2-3명의 남자도 만났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이해하긴 하지만,
그 깊은 속까지 이해하진 못했다.
가족과 같은, 자식과 같은
마루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짧은 데이트가 아닌,
먼 곳을 갈 때 모든 것을
애견동반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왔었다고 했다.
또, 그와 나 사이에 마루가 있는 것이
꼭 우리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 사람에겐 마루가 아플 때,
혹은 문제가 생겼을 때 털어놓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다 마루 8살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강아지를 제대로 키워본 적도 없었던 그였지만,
나보다도 더 마루를 걱정하고 챙기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따뜻한 진심이 와 닿아서였을까,
마루도 점점 남편을 기다리고,
더 많이 따르기 시작했다.
의외로 낯을 많이 가렸던 마루의
행동이 눈에 띄가 변하면서
나 역시도 마음이 정말 많이 열렸었다.
연애시절
한번은 내가 퇴근하기 전에
남편이 편의점에서 닭다리를 사와
잠시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을 때 였다.
남편은 깜박 잊은 물건이 있어
편의점에 나갔고, 집은 비어있었다.
그 높은 싱크대에 있는 힘껏 점프를 하여
양념된 닭다리는 뼈째 씹어먹었다고 했다.
정말 찰나,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에
놀란 남편은 바로 1층의 동물병원으로
향했고, 불행 중 다행은 고사이 마루는
닭다리뼈를 잘근잘근 잘씹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양념이 되어있었던 거라,
약을 처방받았고 귀가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설명하는 남편이 참 감사했다.
내가 마루를 생각하는 마음을
걱정했고, 마루의 건강을 염려했다는
그 말이 참 따뜻했다.
마루는 벌써 12살이다.
이젠 제법 노견의 티가 나기도 하고,
때때로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한다.
마루가 아프면, 마음이 마구 흔들리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나보다 더 무서워하고,
걱정을 하며 눈물을 보인다.
그 마음이 너무 와 닿아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들이 많다.
때때로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때때로 무서운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또, 때로는 상상도 못할 큰 돈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철렁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 모든 사건들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에게 뿐만아니라 마루에게도 참 큰 힘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