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결국 마음 속 깊이 남겨둔 상처
우리는 보내고, 아빠는 한동안 마루를 보지 못했다.
마루는 함께 나간 우리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루종일 현관문만 쳐다보고 있었기에 더 마음 아파했다.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바로 마루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누구하나 그 일은 사고 였음을 알았기에,
누구 잘못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었음을 알았기에,
더이상 이야길 꺼내지 않았다.
괜찮냐고 묻는 사람하나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잊혀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마루와 우리가 함께 입었던 커플옷을 정리하고,
함께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했다.
마루가 우리를 기다리게 하지 않도록
환경을 바꿔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잊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빠도 편해지겠지란 생각을 했다.
만약 그때, 차라리 서로가 서로를
원망이라도 했으면 좀 아물었을까...
난 그 날을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나의 무책임함을 원망하고 자책한다.
그때 내가 지키지 못했던 소중함에 마음아프다.
그때 좋았던 날씨와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자꾸 상처를 덧나게 한다.
고향집 근처 우리가 사고난 그 곳을
지나갈 때마다 살짝 숨이 막혀온다.
그렇게 상처가 가득한 마음이
불안함을 키웠던 것 같다.
아빠도 그럴까,
아빠가 눈물을 보인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잔상이 오래 남나보다.
나와 달리... 조금은 아물었길 바래보면서도,
차라리 그때 까놓고 이야기 할 걸, 왜 그랬냐고
원망이라도 해보고, 사고였다고 다독여도 볼 걸....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오래도록 아파하는 거 같아서,
더 그때 그러지 못했던 내가 후회스러운 것 같다.
여전히, 누구에게 맡기는게 조심스럽다.
혹시나 그런 사고가 또 나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차라리 집에 혼자 두는게 마음이 편하게 되었다.
마루 마저 지켜주지 못하면...
그 마음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우리를 데려올 때, 마루와 셋이
더 행복 할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도 날씨가 좋으면,
마루와 꼭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따금 나가 비를 맞으며
함께 뛴다.
우리가 떠난 4월이면
더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 따뜻한 날씨,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마루 너라도 실컷보라고 말이다.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 마루와 함께해야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마음에
위안을 삼고 했다.
언젠가... 우리를 보내줄 수 있기를,
언젠가... 아빠와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기를,
조심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