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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루,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7화 -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우리'

by 데이지

이 글을 쓰기까지 2달이 걸렸다. 두 달동안 일주일에 3-4일은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내용을 그려나가야 할지 머릿속으로 상상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흐르는 눈물때문에... 힘든 마음때문에 고개를 저어 생각을 날려버리곤 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가 무서웠다. 상처를 들여다보고, 글로 정리하기가 무서웠다. 사실 아직도 우리를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기 무서웠다. 하필 이 글을 써야할 시점에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를 가졌다. 괜히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다, 그 불안함에 아이가 잘못될까봐 미루고 또 미뤘지만, 두 달이 지난 이제서야...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 용기내보려고 한다.


우리를 떠나보낸 것은 내 삶에 있어, 나와 아빠에게 가장 큰 상처였다고... 생각한다.




2017년 4월 8일 우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난 그때 새로운 출발, 새로운 곳에서의 꿈을 향한 한 걸음이라는 생각에 매일이 들떠있었다. 그 날도 토요일이었지만 새로운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정말 급하게 서울에 올라온 탓에 나의 반려견 '우리'와 '마루'를 고향집에 맡겨두고 올라왔다. 그래서 얼른 일을 끝마치고 고향에 가 우리마루를 볼 생각에 살짝은 들뜬 마음으로 조금은 산만하게 일을 했다.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시작하려고 자리 잡을 때쯤, 일하고 있는 시간임을 분명히 알고 있는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일을 하고 있었기에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용히 사무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라는 그 흔한 말도 없이, 숨을 쉬는 소리인지, 흐느끼는 소리인지 알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그저 주말이라 또 한잔 하시고 잘못 전화를 눌렀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아빠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차에 치였다...."


아빠가... 울고 있었다. 그건 분명 흐느끼는 소리였다. 우리가 차에 치였다고, 우리가 죽었다고, 구할 수가 없었다고, 울며 말하는 아빠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마루는? 괜찮아?"

"내가 꼭 안고 있어. 마루는 내가 꼭 잡았어"


마루가 무사하다는 말에 잠깐의 안도감이 들면서도 그때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정신을 차려보려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이 모니터를 가렸고, 숨죽여 보려고해도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주말 당직 근무라 직원들이 많이 없었던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있을 때 실장님이 다가왔다. 사실, 이런 나를 전혀 이해해주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저 책임감 없다고 나를 나무랄까 겁이났지만 그래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슨일이에요?"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죽...."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실장은 맥락을 알겠다는 듯, 얼른 퇴근해보라고 했다. 그 말에 꾸벅 인사를 하고 얼른 나왔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책임감이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를 보러 가야했다.


버스 시간표를 당기려 알아보던 나에게 마침 연락이 온 친구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흔쾌히 일을 빼고 나와 함께 고향에 가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1시간 반동안 불안했다. 내가 간다고 사실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아빠는 괜찮은지, 마루는 괜찮은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욕심때문에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고향에 도착해 바로 집이 아닌 아빠가 말해준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동물병원에 가서야 어떤 상황이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아빠는 오랜만에 우리와 마루 간식을 사주려고 8차선 대로변에 있는 애견용품점에 산책 삼에 갔다고 했다. 용품점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기도 전에 그곳 주인장이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선 아이들 풀어놔도 괜찮아요! 편하게 쇼핑하세요."


왜 하필, 그때 였을까.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 아빠는 주인의 말에 안심하고 목줄을 내려 놓았고, 그 순간 계산을 하고 나오는 손님을 보고 놀란 우리는 채 닫히지 못한 문틈 사이로 뛰쳐나갔다. 그 8차선 도로로 말이다. 사고였다.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 하필 차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였을 때고, 하필 달려오는 차를 향해 우리가 뛰어들었다고 했다. 2kg 채 안되었던 작은 아이여서 였을까 우리를 친 차는 그저 장애물로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다고 했다.


그냥... 우리를 밟고 지나갔다고 했다... 그 작은 아이는 그로인해 즉사했다. 놀란 아빠는 마루를 붙잡았고, 경련하듯 떠는 우리를 안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진단하길 이미... 숨을 거두고 사후경직이 시작되어 몸을 떠는 것이라 이야기했다고 했다. 아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몸을 떠는데.... 아프지 않게 만 해달라고... 의사에게 말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의사는 아빠의 간곡한 요청에 이미 죽은 몸이 더이상 떨리지 않도록 주사를 놔주었다고 했다... 우리의 떨림은 그렇게 멈췄고, 시신을 가져갈 수 없기에 아빠는 내가 올때까지 병원에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부패되지 않도록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다. 작은 몸에, 작은 천을 덮어놓은채. 의사선생님은 그 천 아래의 우리를 보려는 나를 말렸다. 트라우마가 생길거라고, 보지 말라며 말렸다. 병원을 들어서면서 울고 있는 나였기에... 그저 예쁜 모습으로 기억해주겠단 마음으로 나는 천에 쌓인 우리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대로 안았다.


그 날, 우리가 좋아하는 산책줄, 장난감 등과 함께 화장시켜주고 유골함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아빠가 마루가 집에있었다. 내가 울면 더 마음 아플 아빠를 위해 혀를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아빠와 나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저 없던일 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씩씩한 척을 했다.




사실 많이 괴로웠다.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건 나때문이라고, 무턱대로 맡긴 나때문에 아빠가 상처를 받은거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웃어야 했기에 마음은 점점 멍들어 갔고, 결국 난 우리를 여전히... 제대로 보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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