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지.

11화 -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널 걱정해주는 사람.

by 데이지

너와 함께한 서울살이가 너무 만족스러웠었어. 첫 집에서 그 다음집으로 갈 때는 조금 더 너와 나를 위한 곳으로 정했지. 너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큰 쇼핑몰도 근처에 있고, 그 건물 1층엔 동물병원이 있었어. 첫집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 편리성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났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마루는 5살이었다.


이상하게 이사를 자주 다녀서였을까,

우리와 함께했던 기억이 있어서 였을까,

마루는 4살무렵부터 부쩍 얌전해졌다.


마치 아이가 사춘기가 지나고

철이 든 것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이 왠지모르게 짠하기도 했고,

좀 대경해보이기도 했지만 다행이었던 것은

예전만큼 짖거나 사고치지 않았기에

어딜가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었다.




마루와 서울에 오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2-3명의 남자도 만났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이해하긴 하지만,

그 깊은 속까지 이해하진 못했다.


가족과 같은, 자식과 같은

마루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짧은 데이트가 아닌,

먼 곳을 갈 때 모든 것을

애견동반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왔었다고 했다.


또, 그와 나 사이에 마루가 있는 것이

꼭 우리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 사람에겐 마루가 아플 때,

혹은 문제가 생겼을 때 털어놓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다 마루 8살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강아지를 제대로 키워본 적도 없었던 그였지만,

나보다도 더 마루를 걱정하고 챙기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따뜻한 진심이 와 닿아서였을까,

마루도 점점 남편을 기다리고,

더 많이 따르기 시작했다.



의외로 낯을 많이 가렸던 마루의

행동이 눈에 띄가 변하면서

나 역시도 마음이 정말 많이 열렸었다.




연애시절

한번은 내가 퇴근하기 전에

남편이 편의점에서 닭다리를 사와

잠시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을 때 였다.


남편은 깜박 잊은 물건이 있어

편의점에 나갔고, 집은 비어있었다.


그 높은 싱크대에 있는 힘껏 점프를 하여

양념된 닭다리는 뼈째 씹어먹었다고 했다.


정말 찰나,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에

놀란 남편은 바로 1층의 동물병원으로

향했고, 불행 중 다행은 고사이 마루는

닭다리뼈를 잘근잘근 잘씹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양념이 되어있었던 거라,

약을 처방받았고 귀가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설명하는 남편이 참 감사했다.


내가 마루를 생각하는 마음을

걱정했고, 마루의 건강을 염려했다는

그 말이 참 따뜻했다.




마루는 벌써 12살이다.


이젠 제법 노견의 티가 나기도 하고,

때때로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한다.



마루가 아프면, 마음이 마구 흔들리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나보다 더 무서워하고,

걱정을 하며 눈물을 보인다.


그 마음이 너무 와 닿아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들이 많다.


때때로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때때로 무서운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또, 때로는 상상도 못할 큰 돈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철렁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 모든 사건들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에게 뿐만아니라 마루에게도 참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KakaoTalk_20250804_145136424_10.jpg


keyword
이전 11화이젠 너를 위한, 아니 나를 위한 삶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