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어와 대리

장어 값이 술 값으로, 근데 왜 추가 대리비는 내가..?

by 구삼일

장어 사건이 발생한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팀장' 그리고 '6급 전산 주임'이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고있었는데, 둘이서 술약속을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완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5시 쯤, 곧 퇴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하던 나에게

팀장이 와서 물었다.


팀장 : 자네 오늘 저녁시간 어떤가?

931 : 네? 별다른 약속은 없는데요.

팀장 : 그러면 술 한잔 하지~ 오늘 전산 주임이랑 XX동에서 한잔하기로 했어.

931 : 제가 차를 가져와서 술먹기가 좀 그런데요. 대리 부르기엔 멀기도 하구요.

팀장 : 친목다지려면 한번 먹어야지~ 오늘 내가 살게, 대리만 자네가 부르면 되지.

저번에 장어값 못 준것도 걸려서 말이야, 나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931 : 아.. 정 그러시면 가시죠. 알겠습니다.


본인이 안준 장어값을 왜 이렇게 갚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안받은 셈 치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앞으로 1년 이상은 봐야하는 팀장이기에 단호히 거절하기엔 앞으로의 리스크가 맘에 걸렸다.


전산주임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니 차가 없고 , 팀장은 차를 가져왔으나 내차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차에 3명이 타고 XX동으로 가서 주차하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3명이서 술을 먹는데 안주를 맘껏시키라고 성화였으나, 3명이서 45000원인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코로나 시국으로, 10시 이전에는 해산해야 했고

'짠돌이 팀장을 뜯어먹어봤자 얼마나 뜯어먹겠나'하며 장어값 보전은 기대도 안했기에 하고 슬슬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여기까지만 하고 상황이 종료되었다면 그냥 직장상사와 간단히 술한잔 한 아주 평범한 에피소드였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장어 핑계를 대면서 나를 부른 팀장의 속셈은 금세 드러났다.


그 술자리에 내가 필요했던 이유는 '대리비를 아끼려고' 였다.



팀장 : "어이 이주임, 대리불러서 갈 때 우리집 좀 들리라고 요청하게"

931 : "네? 팀장님 팀장님 집이랑 제 집이랑 방향이 달라서 그렇게하면 대리가 안잡혀요.

팀장 : "아이 추가금 준다고 그래~ 안되는게 어딨어~ 정 그러면 내가 아는 대리 업체 알려줄게"



옆의 전산 주사가 요즘 그렇게는 안된다고 말렸음에도, 팀장은 막무가내였다.

친구들은 팀장이 술한잔하고 고생했다고 대리비도 턱턱주고 그런다는데,

우리 팀장은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도 지갑을 열 생각은 없어보였다.


코로나 시국의 10시는 모든 술집에서 일제히 콜을 잡는 대리와 택시의 황금시간대가 되어있었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콜을 받는게 이득인 대리의 특성상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삥 돌아서 가는 콜은 선택될리가 없었다.


팀장이 알려준 업체에 연락했지만 30분이지나도 결국에 대리가 잡혔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10시 30분 넘어서까지 기다리던 팀장은 결국 가망없다는 것을 짐작했는지, 택시를 타겠다며 자리를 떴다.

11시가 다 되어서야 대리를 겨우 잡아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다짐했다.

'팀장과 개인적인 자리는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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