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신규의 비애 그리고 호의가 계속되면..
내가 받은 첫 발령지는 본청(시청)도 사업소도 아닌 곳이었다. 우리지역에서는 단 하나만이 있는데, 시민으로 오랜기간을 살았지만 그런 곳이 있는지 처음알았다. 위치도 시의 외곽지역이라서 차가 없이는 출근이 굉장히 힘들 것으로 생각되어 발령이 나자마자 중고차를 빠르게 샀다.
보통은 새내기 공무원은 본청이 아니라 사업소에 가서 일을 많이 배우곤 하는데, 사업소는 동기가 여러명 가는데 비해 내가 발령받은 곳은 9급 딱 1명만 발령을 받아 조금은 외로웠다.
생긴지 몇년 안된 신생청이라 그런지 건물도 깨끗하고 주차공간 널널하고 모든게 순조로워 보였다.
그를 만나기 까지는.
그는 불행히도 나의 계장이었다. 5급 사무관으로 작은키에 두꺼비처럼 생긴 사람이었는데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긴했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듣고는, 이사람은 윽박을 지르고 할 사람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서슴없이 갑질을 일삼았다.
그난 나와 차로 출근길로 약 25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살았는데,
출근한지 3일만에 술약속이 생겼다며 다음날 차로 태워갈 수 있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그를 태워서 가면 평소 30분이던 출근이 50분이나 걸리게 되었지만
공무원으로써 첫 부서이기도 했고,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속마음은 싫으면서도 한번 해드리겠다고 했다.
내가 속한 곳은 보통 8시 이전에 출근을해서 초과근무를 많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팀장은 태연하게 자기를 태우러 오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8시 이전에 도착하고 싶다고 하였다.
결국에 나는 7시 조금넘어서 팀장을 태우러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인데 뭐. 하루 고생하고 말지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나의 차에 타고 8시 이전에 지문인식을 끝낸 그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나보다.
그 다음날도 태우러 올 수 있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안된다고 한번 고사했지만, 갑작스런 술약속이 잡혀서 차를 회사에 놔두고 거기로 가야하니 내일만 부탁한다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신입이었던 나는 결국 하루를 더 태워줬다. 새벽 일찍 현자타임이 오긴 했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로써 버틸만 했다.
"이틀이니까 뭐. 이제 안그러시겠지."
그는 지문인식을 찍고 흐뭇하게 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구 주임 때문에, 나 차 안가지고 다녀도 될까봐. 앞으로 계속 카풀하는게 어떤가?"
아.. 공무원이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상사 갑질이 심한 곳도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줄은 몰랐다.
죄송하다고 거절을 몇번해도, 그는 이미 카풀을 하기로 마음먹은 듯 나에게 강요했다.
그 후에 어떻게 됐냐고?
며칠 더 카풀을 하며 참다참다 인내심의 한계가 와서 점심먹고 따로 불러서
머리에서 김이날 것 같이 얼굴빨개져서 못하겠다고 강하게 말하니 그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내 인생에서 만나본 최고의 강약약강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그는 상대를 이용할 만큼 이용하다가 상대가 결국 못참는 것 같으면 태세를 빠르게 전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후로 한동안 잠잠한 듯 했지만, 결코 그는 참 다양한 방법으로 갑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