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디지털보다 부하직원

디지털을 멀리하는 당신은 나와도 가까워질 수 없어요

by 구삼일

요즘같이 뱅킹이 편한 시대에도 팀장님은 개인 서랍에 통장 여러개를 넣어놓고 있었다.

독자들은 '그게 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통장들과 나는 상관이 있어졌다.

나는 외청의 서무로, 사송함에 들리거나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있을 때는 본청에 가야했다.

그 팀장은 내가 처음 본청에 가는 날부터 본인이 전보를 갈 때까지 본인의 통장정리를 시켰다.

가끔은 통장에서 돈 출금과 입금을 시키기도, 통장끼리 돈을 이동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원래 서무가 이런거도 해주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동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보다 먼저 발령받은 1주일 사이에 내 전임자에게도 카풀과 통장정리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비루한 하급직은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같은 거라 했다.


하루는 팀장님께 어플을 사용하면 내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왜 통장정리를 하냐고 했더니,



"자네가 해주니까 더 편하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1년동안 일주일에 한두번 가는 날마다 그에게 통장과 카드를 받아서 심부름을 했다.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기관장을 수행하는 업무를 하게 되어 기관장을 모시고 본청에 갈 때도 팀장은 통장정리를 부탁했다.

9급직원이 기관장 수행을 하느라 그럴 짬이 안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그거 얼마나 걸린다고, 그냥 간김에 해주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부하직원을 부려먹는 게 더 편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 정도의 호의도 아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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