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갑작스런 사무분장2

억울하게도 첫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의 화두로 떠오른 나.

by 구삼일

이번 에피소드는 8편의 사무분장에 이어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사무분장으로 인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금까지의 에피소드가 신규가 된 지 단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사건을 정리하는 나로써도 상당히 놀랍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간 겪어왔던 여러 사건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한 파일이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을 책으로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기 전에는 그저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일 뿐이었지 굳이 꺼내보는 일은 없었다.

물론 내가 자치구가 아닌 본청으로 발령을 받았고 그로 인해 동사무소에서 근무한 적은 없기 때문에

'내가 가장 힘들게 신규생활을 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원래 자신의 일이 가장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다만 이런 경우를 겪은 사람도 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내가 공무원으로서의 경험을 책으로 펼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무원은 하지마세요. 이런 일도 겪는답니다.'라는 것이 아니다. 안좋은 경험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좋았던 경험과 공무원으로써의 장점도 있기때문에

'나는 독특하게도 이런 경험을 했지만, 이겨내고 보니 다닐만해요. 모두들 힘내세요. 저보단 나을거에요.'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가장 신규인 1년 동안이 임팩트 있는 사건들이 많았고,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다보니 비록 면직마렵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의 좋은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써볼 생각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바로 시작해보겠다.


우선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

이건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닌지라, 에피소드로 적지 않았다.

발령받은 해 5월에 [에피소드4. 장어와 대리] 편에서 나왔던 전산 6급 주임은 [교류인사]라는 것을 통해서 자치구로 전출을 갔다. 교류인사는 서로의 동의하에 소속기관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6급 전산 주임이 자치구로 갔다는 것은 자치구에서도 전산 6급 주임이 한명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5월에 6급 전산 주임은 여직원으로 바뀌었다. 그 6급 전산 여주임이 이번 에피소드의 중심에 있다.


발령받은 해 10월 즈음이었다. 8편의 에피소드로부터는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6급과 7급이 여직원들로 바뀐 우리 팀은, 인사발령 이전과 비교하여 이젠 하나 뿐인 하급 남직원인 나를 더욱 가열차게 써먹고 있었다. 비록 대부분이 잡일이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일주일에 3~4번은 오후 2시쯤에 여직원들을 불러서 커피를 사주시는 과장님의 편애와 결부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팀장 또한 딸만 둘을 키우는 분이었고, 여직원에 대한 애정은 남직원에 비해서 남달랐다.

남직원들이 전보나 발령 왔을 때 카풀부터 물어보던 그였다.

나는 콩쥐처럼 잡일을 도맡아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약 2개월 안되게 되었을 때였다.

전산 6급 여주임이 휴직을 쓰겠노라고 선언했다. 이유는 [질병휴직]이었다.

[에피소드 8. 갑작스런 사무분장]에도 말했듯 본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그 6급 여주임은 휴직을 하더라도 그 피해를 온전히 내가 볼 것이라고 생각 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그녀를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기관 내에 단 한명있는 전산직.

담당업무는 홈페이지관리, 특수 기관 성과평가, 클라우드 서버 용역 계약 및 관리, 전산 관련 기기 관리 등이다.이 업무를 누가에게 맡길까 고민하던 팀장과 과장은 이번에도 나에게 넘겼다.


이유 : 젊으니까 IT에 대한 지식이 많을 것이므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무분장을 나는 5개월만에 또 받게 되었다.

그나마 첫 번째 경우는 난이도는 차이가 있으나 행정직의 일이었고, 말이 안 되긴 했지만 9급인 내가 물망에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산업무이다. 이건 컴퓨터나 핸드폰 조금 만지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었다.

팀장과 과장은 상당한 컴맹으로, 그들에겐 그거(핸드폰, 컴퓨터)나 그거(전산 업무)가 둘다 어려우니 잘하겠지라는 아주 1차원적인 생각으로 그렇게 판단한 듯 했다. 더욱이 여직원들은 이미 격무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업무를 분장하는 것은 기각했다.


결국에는 내가 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2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감언이설을 속삭였다.

아래 3가지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으니 쉽다라고 회유했다.

* 특수 기관 성과평가는 내년의 일이므로 사실상 다음 후임자 오면 그때부터 하면 되니 신경쓰지 말 것.

* 홈페이지와 서버는 용역사가 있으니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잘 지시 하면 된다.

* 전산기기는 문제가 잘 없고 있더라도 본청의 전산팀에 출장을 요청하면된다.


아래의 1가지는 내가 책임지고 잘 해야하는 것이었다.

* 홈페이지 용역계약, 클라우드 서버 계약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이 2가지는 꼭 잘 끝내야 내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계약은 행정적인 부분도 상당히 들어가있기도 하고, 6급 전산직의 모든 업무를 하는거보단 낫고,

다른 선택지 또한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신규로써 공직의 1년의 사이클을 겪지 못한 나를 속였다.

10월부터는 [내년도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당 사업(전산 관련)이 지적을 받을 경우, 이를 소명하고 설득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그 담당자를 9급 직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것에 대한 우려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사건은 터졌다.


다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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