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홍철없는 홍철팀

담당자 없는 1박 2일 관외 출장, 팥없는 붕어빵만큼 퍽퍽한.

by 구삼일

이번 에피소드는 관외 출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관외출장이란, 본인의 소속지역 외의 지역에서 활동을 하기위한 출장이다.

일반 회사원과 같이 공무원도 업무적 협의, 회의, 행사 등으로 관외출장이 잦은 편이다.

관외출장은 다른 지자체의 선진 정책을 배우기도 하고, 소속 지자체 행사를 홍보를 하기도 하는 등 아주 알차게 수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세금으로 교통비와 숙박비까지도 지원을 받으니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허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에피소드의 사건은 내가 근무하기 시작한지 약 8개월 즈음에 일어났다.

하반기 인사가 마무리된 시점으로, 전보인사로 사람들이 바뀌고 인수인계를 하느라 정신없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나는 근무한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아 전보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떠나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배웅하곤 했다. 몇개월 후 내년 초가 되었을 때 다른 곳으로 이동할거라는 막연한 희망만을 품고 있었다.


기존에 우리부서는 임신한 여직원과 기관장 부속실의 여직원을 제외하면 나머지가 전부 남직원이었다.

그마저도 임신한 여직원이 휴직에 들어가고, 부속실 직원은 공간이 아예 분리되어있다보니 우리 사무실에는 남자직원만이 10여명 있었고 하루에 몇번 나오는 쓸데없는 농담을 제외하고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금 삭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하반기 인사로 여직원들이 많이 전입을 왔다. 특히 우리팀의 경우 오히려 여직원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덕분에 팀장님과 부장님의 표정은 밝아졌고 그로인해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만 같았다.

여직원들 앞에선 멋진 상사이길 원하는 분들이니, 지금까지의 무리한 지시나 부탁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 기대는 단 일주일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들은 여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이젠 상급자를 제외하면 하나밖에 없는 만만한 남직원인 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인사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급하게 팀장님은 팀 회의를 소집했다.

보통은 6급, 7급 직원 또는 5급 임기제 사무관의 업무가 팀회의의 주 내용이다.


팀에 5급 임기제 사무관 한명이 더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는 우리청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채용된 홍보 전문가인데, 보통 우리와는 별도로 업무를 추진하나 조직 구분상 우리 팀에 소속되어있었다.


나는 서무를 하다가 8편의 휴직으로 인한 빈자리로 인해 옆팀(운영팀)에 소속되었다가 돌아온지 일주일밖에 안된 상황이었고, 보통 서무는 회의에서 주요 안건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당시 6급은 '전국 ooo기관장 협의회 실무자 협의'를 앞두고 있었다.(당시에는 그런줄도 몰랐다.)

1년에 2번씩 '전국 ooo기관장 협의회'를 열어서 전국의 같은 성격의 기관들과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중에 하나인데,

그 행사를 하기 약 1달 전에 담당 실무자들이 만나, 안건 및 행사 진행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보통 과장, 팀장, 담당자 3인 정도가 참석하는 자리로 기관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견이 다른 타지역 기관과 협의를 하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다.


6급 여직원은 인수인계를 받자마자 실무자 협의회가 있어 상당히 당황한 듯 햇다. 더욱이 이번 기관장 협의회는 강원도의 한 곳에서 열릴 예정으로, 실무자 협의회 또한 강원도에서 열리게 되어 1박 2일의 일정으로 출장을 가야할 상황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6급 여직원의 입장에선 사실 당혹스럽긴 했을 것이다.

그러한 사안은 회의의 주요한 논의 사안이 되었고,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나왔다.



안 건 : ooo실무자 협의회 참석(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요한 논의가 필요한 자리)

과장, 팀장, 6급 직원이 참석해야 하나, 상황이 어려움


회의결과 : 9급 직원 혼자 참석

이 유 : 남직원이 1박2일 일정 수행 수월함



도무지 어떻게 저런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알 수 없는 논의였다.

게다가 과장은 팀장까지만 가면된다고 주장하는 와중

팀장은 자신이 그날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연가를 사용할 예정이라더라.

결국에는 9급 직원 혼자 가란 소리였다.


과장은 연가를 쓴다며 빠지는 팀장을 못마땅하게 보고는

회의에 참석했던 임기제 5급이 동행하여 갈 것을 지시했다.


임기제 5급과 9급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업무와 전혀 무관한 2인조.


게다가 목요일 출발 금요일 복귀 일정을 월요일에서야 우리에게 넘기니 KTX 예약도 불가능했다.

(목요일 상행은 예약이 가능했으나, 금요일 복귀 열차편은 이미 매진이었다.)


결국에는 관용 전기차를 몰고 가는 수 밖에는 없었다.

관용 전기차를 중간중간에 충전하면서 올라가는 일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목요일 오전에 출발했는데, 숙소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오후 5시였다.

둘이서 운전을 교대하면서 올라갔으니 다행이었지 혼자였으면 정말 정말 고될뻔 했다.


다음날인 실무자 협의회 당일,

다른 곳은 3명, 4명이 오는 것은 기본이고 발언하고자 하는 현안에 대한 준비까지 해왔었다.

참석 기관에서 돌아가면서 자신들을 소개할 때, 우리 기관은 9급 혼자 달랑와서 소개를 했으면 우리를 어떻게 봤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임기제 5급이라도 동행하여 적어도 2명을 맞춘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동행하신 분이 굉장히 언변이 좋으신 분이라 우리 기관은 아무것도 준비를 안했음에도 다른 기관의 의견에 동의하는 의견을 피력하며 잘 넘어갔다.

다만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우리기관에 대한 안타까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실무자 협의회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출발했지만, 금요일은 특히나 하행선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했다.

관용차를 회사에 주차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가 거의 오후 9시 정도 였다.

출장을 마무리 했다고 카톡으로 보고를 하니 오는 '수고했다'라는 한마디

그 안에 과연 우리를 향한 위로가 있었을까?

그저 통상적인 답변 한마디만이 남아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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