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도 눈물 흘리는 외로움에 관하여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 시구가 조용히 가슴을 저민다. 삶은 늘 외롭다. 외로움 앞에서는 새들도, 산 그림자도, 심지어 하느님도 무력하다. 절대자마저 눈물 흘리게 하는 외로움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화자의 말처럼 외로움은 해소(울고, 기다리고)하려고 할수록 더 사무치게 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저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걷는다. 외로움이 삶의 필연이라면, 하느님마저 느끼는 외로움이라면, 직시하고 걸어갈 수밖에.
그리고, 그것이 모두가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면, 시인의 다른 작품처럼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연민함으로써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얼마 전 친구와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여러 책의 지식과 우리가 체감한 것을 종합했을 때, 결국 고독은 혼자일 때 느끼는 안온함의 종류이고 외로움은 혼자일 때 느끼는 쓸쓸함의 종류라는 결론(사전적 의미는 그렇지 않지만)이 나왔다. 하루키의 작품에도 나오지 않는가.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인물'들이. 그리고 나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것 같다.
"외로움이 그런 의미라면 외롭지는 않은 것 같다."
그때조차도 몰랐다. 사실 사람은 모두 외롭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의 외로움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