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덜 울고, 덜 다치고, 덜 흔들리기 위해

6.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감정 충돌이 무서운 사람

by Woo Seol Hwa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말이 싫지는 않지만, 정작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선을

긋는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말수도 적당하고, 리액션도 무난하고, 다정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사실 나는 내 마음을 다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착하다’라는 이미지는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는 늘 나를 감추고, 상대가 좋아할 만한 면만 꺼내 보였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겉모습일 뿐인 것 같다.


이젠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인지, 그냥 착한 척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조용한 게 편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인지.


그래도 보통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지만,

마음속 깊은 벽을 허무는 데는 유난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쉽게 웃고 쉽게 맞장구치지만, 진짜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음을 꺼내 놓는 일이 나에겐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내가 정말 내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은

정말 몇 명뿐이다. 좁고 깊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선호한다. 아마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갈등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등을 싫어하지만, 그걸 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정면으로 부딪치거나 모른 척 피하거나.


나는 피하는 쪽이다.

싸우고 난 이후의 감정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작은 말다툼 하나에도 나는 잠을 설친다.

그 싸움 하나로 하루 종일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온갖 상상을 하며 가장 나쁜, 최악의 상황까지

그려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그런 감정 소모들은 내 정신뿐만 아니라 내 체력까지 갉아먹곤 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충돌을 피하려고 대부분 상대의 의견에 수긍하려

하는 편이다.

그게 옳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거다.

누구에게도 민폐 끼치지 않고,

갈등 없이 무사히 하루를 끝내고 싶었던 거다.

사실은 착한 게 아니라, 조심스러웠던 거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먼저 생각했고,

상대가 나를 불편해하지 않도록 굴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조차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켰다.

결정장애라는 말로 포장하며 선택을 상대에게 넘겼다. 배려였는지, 회피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상대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게 내 마음이 편하니까.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해지는 걸 견디기 어려웠다.


울컥하는 순간에도 입을 꾹 다물었고,

기쁜 순간에도 괜히 과하게 보일까 눈치를 봤다.

감정을 말하는 순간 위축되고,

“다음엔 그냥 조용히 있자”는 결론만 남는다.

그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떠나간 친구도 있다.

”넌 네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것 같아... 멀게 느껴져..” 그 말을 남기고는 서서히 나와 멀어졌다.

불편함을 피하다 보니, 가까움도 피하게 됐다.

가깝게 지낸다고 다 가까운 건 아니다.

마음이 오가지 않으면, 결국 다 혼자였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마음이 없던 사람처럼

보였을까 봐 그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조용함이 누군가를 내게서 떠나가게 만들 줄은 몰랐다.


지키고 싶은 것들과,

멀어지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내 마음은 줄다리기를 한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거리를 두려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힌다.


아무도 그런 걸 바라지 않았는데도 먼저 조용해지고, 먼저 물러서고, 그렇게 모든 감정을 안으로 감췄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만든 틀 안에 갇혀버렸다.


나는 그저,

감정 충돌이 무서운 사람이었을 뿐이다.


아직은 서툴고 두렵지만 다정함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솔직한 나로도 누군가

곁에 머물러줄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억지로 ‘좋은 사람’이 아닌 그냥 ‘나’로 편히 숨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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