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보이는 얼굴(3화:절망의 끝에서 형은 울고

사랑으로 기억될 시간들에 대하여

by 마음의여백

3화: 절망의 끝에서, 형은 울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던 빛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제 오후, 결국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형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버지는 소식을 듣고 집 뒤 대밭에 나가 하염없이 대나무를 베셨고,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못하고 골목을 서성거리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어 이런 일이 생겼냐"며, "네 형이 깨어날 수 있겠냐"며 두 분은 번갈아 전화해 우십니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은 듯한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형수님은 날카로운 말들로 우리를 할퀴었습니다. 왜 수술을 하자고 했냐는 원망이 동생들에게 향했습니다.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얼마나 클지 알기에, 그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며 곁을 지켰습니다.


어젯밤, 레지던트는 제게 전화로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현상 유지 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오늘로 9일째.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주치의는 뇌가 부어 중뇌까지 손상되었고, 동공 반응이 없으며, 앞으로 5일이 식물인간으로 가느냐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마저 잘라내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형은 듣고 있었습니다.

둘째 딸이 면회할 때 눈물을 흘리셨고, 셋째 딸이 면회할 때는 눈물이 맺히셨다고 합니다. 첫째 딸이 "아빠, 나 안 보고 싶어?"라고 묻자 또르르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수술 후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형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저체온 치료를 할 때는 동공 반응도 좋았는데, 정상 체온으로 올리면서 뇌압이 높아져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의사의 설명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신구대 식물원에서]


다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형이 우리 곁에 계시다는 사실만, 우리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만 붙잡고 싶었습니다.


‘하나님,

제발 형에게 회복의 기적을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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