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기억될 시간들에 대하여
4화: 사랑하기에, 이별을 준비합니다.
갑자기 주치의가 가족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틀 전에 면담을 했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주치의는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뇌가 까맣게 변해 뇌사 상태 수준입니다. 연명치료를 이어갈지, 편안하게 보내드릴지 월요일까지 마음을 정해 알려주십시오."
인공호흡기를 떼면 바로 돌아가실 거라는 말과 함께. 쓰러진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눈앞에 닥친 현실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누워만 있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 다오."
아버지는 전화기 너머로 절규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형이 사랑했던 가족들이, 형을 사랑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조카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아빠가 주신 사랑에 감사하며,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하며, 아빠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어요. 더 이상 고통 없이..."
야속하게도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결국 연명치료 중단 서류에 형수님과 조카가 서명을 했습니다. 그 작은 손이 떨리는 것을 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형, 고마웠어요. 우리 마음속에 형은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하늘에서 아프지 마시고, 우리 가족들 잘 지켜봐 주세요."
형의 얼굴과 손, 발을 만지며 그 따뜻함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그날 밤, 병원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형의 혈압이 35까지 떨어져 위독하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가족들이 모여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녹음해 간 부모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려드렸습니다. "우리 아들..." 부르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형의 눈가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혈압이 50까지 다시 올랐습니다.
형은,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