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의자
에즈러 잭 키츠의 그림책 『피터의 의자』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을 담고 있다.
“와당탕! 어, 빌딩이 무너져 버렸네. 엄마가 꾸짖었지.”
“쉬잇! 좀 조용히 놀아라. 우리 집에는 갓난아기가 있어요.”
책 속에서 피터는 동생을 시샘하며 작아진 파란 의자와 강아지를 데리고 가출을 한다.
가출이라기보다 “나를 한 번만 더 봐 달라”는 아이의 외침에 가깝다.
그 장면에서 나는 오래전 내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큰아이와 온몸으로 부대끼며 놀아주던 기억이 선명하다.
야구복을 입고 운동장을 함께 달리던 순간까지도.
하지만 몇 년 뒤 둘째가 태어나자, 그 생생했던 기억 위로 새로운 사랑이 덧입혀졌다.
내 마음은 작고 여린 둘째에게로 향했다.
출근길마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와 뽀뽀를 해주던 둘째,
나는 그 아이를 ‘꼬마 여보’라 불렀다.
어느 봄날, 공원에서였다.
나는 둘째의 손을 꼭 잡고 걸었고,
뒤에서는 큰아이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혼자 걸어오고 있었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속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그때의 미안함이 지금도 가슴을 저민다.
큰아이는 말수가 적고 제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다.
반면 둘째는 자기표현에 거침이 없고 살가웠다.
나는 그 차이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고,
사랑을 더 갈구했던 큰아이의 묵직한 침묵을 읽어주지 못했다.
“피터는 동생에게 빼앗기지 않고 지켜낸 의자에 앉으려다가, 자신이 이미 자라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빠, 아기 의자를 분홍색으로 칠해서 수지한테 줄래요”
피터가 작아진 의자를 동생에게 내어주며
시샘을 사랑으로 바꾸어 가는 순간이다.
문득, 다 자란 큰아이에게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 동생에게 아빠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낀 적이 있었니?”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질문은 아직도 내 안에서만 무겁게 맴돈다.
이제 두 아이 모두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나는 손주들에게 다가가며
비로소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워간다.
뒤돌아보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은 아무리 채워도 넘치지 않는다.’는 속성을 알기에
아이들 마음에 꼭 맞는 ‘피터의 의자’를 하나씩 내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