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버겁게만 느껴지던 그때 나는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고정순 작)를 만났다. 페이지마다 오직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이 맞붙는 장면으로 가득했다. 관객도, 화려한 링도 없었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의 모습은 단순한 권투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모습이었고,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내 마음속의 이야기였다.
쓰러지고 무너져도 다시 가드를 올리는 선수처럼, 나 역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다. 링 위의 3분은 짧지만 절박하고, 나의 하루하루는 길고 막막했지만 그 속에서 작은 의지를 찾아야 했다. 책 속의 그림은 아픔과 고통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새 힘을 끌어내 주었다.
그때의 나를 위로해 준 건, 책이었다. 그림책은 깊은 울림으로 내 마음을 감싸주었다. 오롯이 책과 마주 앉아 있으면, 무너진 마음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다시 설 힘이 생겼다.
그 해 나는 백 권에 가까운 책을 읽으며 나를 지탱했고 내 안을 다독였다.
책은 나를 꾸짖지 않았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내 마음을 감싸주며 무너진 내면을 보듬어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가 아니었고 다시 버텨낼 힘을 조금씩 얻을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을 버텨냈기에 내가 여기에 서 있다. 만약 그때 쓰러진 채로 주저앉아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책은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내게 다시 가드를 올리게 한 희망이었고,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친구였다.
경기는 마지막 종이 울릴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삶 역시 끝까지 이어진다.
나는 오늘도 책이 가르쳐 준 그 마음으로, 다시 가드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