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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닮은 삶을 꿈꾸며

「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를 읽고

by 마음의여백

며칠 전, 육아 휴직 중인 둘째 며느리가 책 한 권을 선물했다. 무슨 책을 읽느냐는 물음에 육아 관련 책만 읽는다던 며느리였다. 아마도 내 집에 왔을 때 책상 위 책들을 보고 마음을 쓴 듯하다.

그렇게 만난 책이「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박솔미 지음)이다.


저자는 "매일 쓰고, 매일 고치며, 매일 배운다"고, 그 덕분에 "글에 마음을 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오늘 하루'라는 드라마의 대사이자, '나'라는 작품의 설명서이며, '내 마음'이 읊어내는 노랫말"이라는 문장에, 내가 사는 오늘 하루가 과연 그런 대사와 노랫말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울림이 있었던 대목은 마지막 장에 있었다. "글을 지키려면 행동해야만 합니다... 글을 쓴다고 글이 완성되는 게 아니고", "글과 닮은 모습으로 살 때, 글은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순간 멈칫했다. '지금 내가 쓰고 또 쓰려는 글과, 나의 살아가는 모습은 과연 닮아 있는가?' 이 질문이 마음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책은 "우리가 먹은 마음이 우리가 쓴 글에 잘 담길 수 있도록 더 정확한 빛깔로, 더 정확한 무게로, 더 정확한 지점에 닿을 수 있도록" 18가지 노하우를 소개하며, 저자는 "글로 나를 살리기 위해"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말처럼 "가장 평범한 단어가 떠오르는 그곳에, 가장 절절히 경험한 단어를 넣어보라"는 조언에, 내 삶을 관통하는 절절한 단어는 무엇일까 자문해 보았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쓰러질 위기에서 포기하지 않게 한 힘. 그것은 아마도 나에 대한 '믿음', '지지', 세상의 지혜와 위로를 준 '독서', 그리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글의 재료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저자는 "비유는 작고 평범할수록 위대하다"며 "먼 데서 비법을 찾아 헤매던 시선을 일상 가까이로 끌어다 놓으라"고 한다. "작고 사소한 것을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에, 요즘 부쩍 말문이 트인 두 살배기 손자가 떠올랐다.

내 얼굴의 표정과 말투를 따라 하고, 까치 소리를 흉내 낸다. 심지어 전투기가 나는 모습을 손동작과 소리로 표현하고, 책 속에서 비스듬히 누운 매미의 자세를 그대로 재연해 놀라게 했다. "인생의 중요한 덕목일수록 남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결국 "누구나 알아듣는 주제, 표현, 단어로 모두의 인생을 두드리는 글, 그런 글이 위대하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긴다.


책을 읽으며 '글과 삶의 일치'라는 화두는 더욱 선명해졌다. 저자는 "감정에 휩싸인 채로 글을 쓸 때가 가장 위험하다"며 "글이란 쓰이는 순간 나의 것이고, 전송되는 순간 누군가에게 도착해 버려 없던 일, 없던 글이 될 수가 없다"고 경고한다.


문득, 나에게 깊은 상처를 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마음을 노트에 적었던 기억이 났다. SNS에 공개적으로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쓰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노트의 한 페이지로만 남겨두었다.


글뿐만이 아니다. "말도 없던 일, 없던 말이 될 수 없어서" 감정에서 한두 걸음 떨어져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몇 달 전, 하원한 손자와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그날 저녁 아이가 침대 모서리에 눈을 찢겨 꿰매야 할 정도로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이 아파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어떻게 아이를 다치게 했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아이를 다쳐 부모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었다. 그저 "어떻게 치료받았냐"고만 물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옅게 눈가에 상처 난 자국이 보인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보고 듣고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잘 아는 이야기를 담을 때 글이 유일해지며, '뻔한 이야기'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 1학년 교양과목 시간에 다른 학생의 이름이 불렸을 때 내가 대신 대답했다는 오해로 억울하게 낮은 학점을 받았던 기억, 그런 억울함과 상처의 기억조차도 '나다운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책은 "글을 잘 쓰는 것의 정점은 글 너머에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좋은 글의 목적은 좋은 삶에 있으며... 그 후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그 글처럼 사는 것"이라고. "아무리 멋진 메시지를 썼다 해도, 나중에 드러난 행동이 글과 달리 형편없다면... 사람들도 본인도 크게 실망할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늘 써 놓은 글보다는 더 나은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내일 살고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저자의 다짐은 고스란히 나의 다짐이 되었다. 오늘 쓴 글보다 내일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기를. 글은 결국 삶의 거울이니까.

내 마음이 담긴 문장이, 나의 하루를 환히 비추기를 바란다.

며느리가 선물한 한 권의 책은 '글쓰기 방법'을 넘어 '삶의 태도'를 묻고 있었다. "문장을 다듬는 것도 거기 담긴 마음이 빛을 잃지 않는 선에서 끝내요."라는 마지막 조언을 기억하며,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글을 쓰려한다. 그리고 글을 삶으로 완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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