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밖을 보고 차를 마시다 어떤 부부를 떠올린다.
정성껏 담근 생강차를 절반이나 나눠 내어 주던 손길이 아직도 따뜻하다.
2년 전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에 방문했던 그 집을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찾았다.
요즘은 손자의 어린이집 하원을 맡아 하루를 온전히 비우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며느리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휴직 중이라 잠시 짬을 내어 다녀올 수 있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 날씨가 추워질까 봐 걱정을 했는데,
그날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응원하듯 햇살이 맑고 포근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자기만 확실한 행복」 에세이를 선물했다.
2년 전 건넸던 그림책 「넉점반」이 여행사진첩들과 함께 소파 옆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두꺼운 외투는 차에 두고 티셔츠 차림으로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늘 부지런한 사람이라 잔디도, 텃밭의 채소도 반듯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집 주변을 정비하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풍성한 야채 식당에서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를 했다.
길가에는 사과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복숭아나무에는 아기 열매가 봉지로 싸여 있었다.
카메라를 챙겨갔지만, 한 장도 찍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을, 그 풍경을 마음에 담고 싶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는 삶이 이제 5년 남짓이라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차 한잔을 함께 하고,
바람 한 줄기에도 소중함을 느끼며,
간간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며,
행복이 늘 부부 가까이 있는 걸 느낀다.
정성껏 기른 고구마와 고춧가루, 파 등 농산물을 건네며,
귀가가 늦으면 차가 밀린다고 서두르게 해서 해가 지기 전에 올라왔다.
“건강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짧은 인사를 받고,
“또 보자는 인사"를 건네며 차를 돌렸다.
부부의 평온한 미소와 사랑 덕분에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다음 만남을 조용히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