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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 Mar 20. 2023

참견 아닌 참견을 한다

『교사의 시선』을 읽고


 어머! 선생님 

 “우리 현이가 오늘 졸업했어요. 너무 좋은 날인데 왜 이러지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그러세요?”

 “우리 현이가 학생대표로 총장님상을 받았고, 대기업 본사에도 취직했어요.”


 현이는 내가 6학년 담임일 때 우리 반 아이였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 처음엔 모른 척을 했지만 볼수록 바르게 컸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만 봐도 '나는 모범생'이었. 그런 아이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어떤 교사가 하고 싶어?"

  "초등학교 교사요"

  

 현이정도의 성적이면 소위 말하는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말할 줄 알았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가장 떠오르는 직업은 1위가 '의사', 2위는 '운동선수'였다. 그리고 검사와 판사도 인기가 많았다. 물론 '교사' 직업군도 있었다. 주로 유치원 교사와 그냥 교사는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히는 아이는 없었다. 미묘한 감정마음속에 일었다.

 

 '나도 모르게 직업에 대한 편견이 생겼나. 설마 담임인 나를 보고 이 직업이 쉬워 보였나. 너네 담임이 얼마나 피땀 흘려가며 팍팍하게 숨 쉬고 있는 줄 정말 모르는구나. 내 겉모습만 보지 말고 속이 까맣게 타는 나를 보렴. 얼마나 힘들다고.'


 뒤이어 부모님도 너의 장래희망을 알고 있는지, 어려움이 많은 직업일 텐데 괜찮을지 등의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현이의 답변에는 꼭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묻어있었다. 어쩌면 좋은가, 희망에 부푼 아이에게 괜한 질문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이는 가고 싶어 했던 교대를 지원했다. 뚝심 있게 끝까지 하는 걸 보니 내심 기특했다. 그렇지만 하필 그 해 교대 입시는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학생들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아쉽게도 현이도 그런 친구들처럼 입시에 실패했다. 현이 엄마는 아들의 대학 실패에 큰 충격을 받았다"현이는 뭐를 해도 잘할 거예요. 제가 보장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다른 대학에 들어간 현이는 새로운 꿈을 키우는 것 같았고 겉으로만 보아도 얼굴엔 단단함이 묻어났다. 그런 아이가 모두의 인정을 받으며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 축하드려요. 현이에게도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나와 헤어지면서 자꾸 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현이의 새로운 출발은 내게도 무척 기쁜 일이었다.

   

by 오솔길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이제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교사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계속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단순히 수업 기술이 향상되는 그런 교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지는 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 본문 중에서


『교사의 시선』을 쓴 저자 김태현은 현직에서 지금도 교사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솔직하게 말하며 다른 교사의 삶에 참견한다. 남의 수업을 따라가지 말고 창조적인 자기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얄팍한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등. 그의 참견은 따뜻하고 깊다. 무엇보다 그는 교사이전에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먼저 권한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참견 한마디를 하게 된다.


 너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나는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면 도망치고 싶었다. 다행히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겨우 사람 구실을 하게 되었다. 버거웠던 게 사람이었지만 사람 덕분에 이젠 사람이 편해졌다. 그렇게 어른이 된 나는 현이 같은 아이들을 해마다 만나며 마음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1년 동안 아이들은 정말 쑤욱 자란다. 부모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몸만이 아니라 마음 근육도 자란다. 그걸 보지 못하고 공부만 하라고 간섭하고 강요한다면 자신부터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봤을 때 지금도 인생의 우선순위가 공부였는지 물어보고 싶다. 당연히 아니라는 걸 알기에 종종 참견 같은 걸 하게 된다.

 요즘은 나만의 색깔로 옷을 만들고 있. 남이 쥐어준 옷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옷이. 그리고 그걸 입고 제멋을 내는 중이다. 어때, 자기 색깔을 찾은 건 잘하는 거지?




소소한 책그림 후기 ;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시선은 멀리 보는 것 같지만 결국 나를 향해 질문한다.


오늘의 책
『교사의 시선』, 김태현, 교육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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