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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May 14. 2023

11.  얻으면 잃는 것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고

  근처에 있는 화력발전소와  옆에 건설된 에너지 저장소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한 밤바다를 연상하며 주변을 구경하다가 어둠을 모조리 빨아들일 것 같은 기세로 환한 불빛을 밝힌 그 광경을 보고 놀랐다. 여기가 한때는 조용한 바닷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누군가는 멋진 야경이라고 탄성을 지르겠지만 나는 보자마자 섬뜩했다. 모든 것을 앗아갈 것만 같았다.


  나의 시가는 충남 서해안에 있는 조그만 항구다. 지금은 충청 수영성 천주교 순교지가 있어 유명한 곳이다. 선착장에는 어선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배에서 내리는 것은 갓 잡아온 해산물이 대부분이다. 그런 해물 요리를 잘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내 식성도 바뀌었다. 솥단지에 가득히 삶아주신 홍합은 시집에 갈 때마다 먹는 별미였다. 하지만 흔하게 먹던 홍합은 이제 그곳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고향을 내려가는 주말이면 주차가 큰 고역이 되었다. 그건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키조개 요리'와' '바다낚시'로 관광객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면사무소 주차장과 항구 주변 골목은 외부인의 차들로 가득하다.  오천항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키조개 맛집으로 방송에 나온 한 식당은 유명해져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으려는 키조개의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원래 키조개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기 때문에 전문 잠수부들이 들어가서 직접 잡아야 한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크기를 자랑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즐겨 먹는 부분은 부드러운 관자뿐이다. 그동안은 얕은 바다에서 잡아도 충분했던 양이 이젠 더 깊은 바닥 밑을 뒤져야만 캘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서해안의 바다환경이 점차 달라지고 있으니 조개 개체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이러다가 키조개까지 이곳에서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조금만 더워도 난 버튼을 눌러댄다. 창문을 열거나 부채로 견딜 수 있는 초여름이지만 쉽게 냉방기로 해결하려고 한다. 자동차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되었고, 입을 옷이 넘쳐나도 새것을 좋아한다. 비행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고 유난을 떨어도 제주도 공항에 몇 분 간격으로 이착륙하는 수많은 관광객에 나도 끼어있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은 가속도가 붙어도 멈추지 못했던 것이다. 그만 멈춰야만 한다.



by 오솔길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책의 원제는 ‘The Story Of More’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은 제목만 읽어도 대강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누린 그동안의 편리한 생활은 지구의 희생이었다고 말해준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넘쳐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고갈이 지구를 위험으로 몰고 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특히 지구의 미래를 예측한 '제6차 지구 대멸종'은 무서운 경고였다. 그동안은 운석충돌이나 천재지변이 대멸종의 원인이었지만 6번째 대멸종은 인간으로 인해 모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전망이다.



 

 지구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한다. EBS 다큐를 시청하지 않아도 조금만 환경에 귀 기울이면 한 번쯤은 들었던 말이다. 그 생명체가 지구 온난화라는 입김을 불기 시작했다. 그것도 태풍급이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거지? 벚꽃이 평년보다 2주나 빨리 개화했다. 동남아는 최악의 폭염이라고 하고 호주의 가을 날씨는 갑자기 덮친 폭설과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정말 어디까지 우리를 혼내는 것일까? 자꾸 무섭게 변하는 지구를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다. '6차 대멸종'으로 지구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만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소소한 책그림 후기 ; 식량이 무기가 되고 서로 굶어 죽는 세계, 영하 40도와 기록적인 폭설이 발생하는 지역이 꼭 다른 나라일까. 우리나라는 상관없는 일일까?


오늘의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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