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을 할지 고민이라는 아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어떤 것부터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딸은 그래도 내가 부모라고 자주 묻는다. 난 아이들의 진로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발 빠른 엄마는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특별히 공부를 재미있어하지 않는 걸 알았고 성적도 그만그만하여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래도 진로고민이 있을 때마다 같이 대화는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싶다.
어느 날, '엄마,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하고 진지하게 묻는 딸.최대한 우아함을 담아서조용하게'네가 좋아하는 걸 먼저 찾아봐.'라고 말했다.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내가 웃겼지만 엄마로서 제일 잘했던 조언이라고생각한다.
글을 쓰는 게 꿈이라던 아이는 얼마 안 있어 갑자기 약사가 괜찮아 보인다고 하더니, 음악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슬쩍 마음속의 말을 건네보지만 이미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았다. 늘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고민이라던 아이는 후에 잘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젊을 때는 교사라는 직업과 일하는 학교가 답답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며 교사 말고 다른 일을 찾으려고 했지만 꿈은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인정한후에는 꿈도 접었다. 어느덧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후배 교사들이 더 많아졌다. 이제야말로 물러날 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직업과 관련 없는 책이건만 미국의 과학자 호프 자런이 쓴 '랩걸(Lab Girl)'을 읽다가 '직업과 공간'에 대한 그의 인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와 내 직업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했다.어쩌면 나도 그런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망이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자주 보고 싶어서 종이에 옮겨 적은 후에 내 책상 유리받침 밑에 넣었다.
"내 실험실은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이다. 그곳은 직업상 전투를 벌이다가 후퇴해서 몸을 쉬는 곳이자 내 상처를 돌아보고 갑옷을 보수하는 곳이다. 내가 가장 나일 수 있는 장소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실험실을 자신의 놀이터로 쓰며 실험하기를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남성중심의 과학계에서 당당함을 유지한 이유도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까지 함께한 실험실이 큰 역할을 했다. '랩걸(Lab Girl)'이라는 제목만 봐도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한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자주 등장하는 동료 빌과의 우정이 평생 동안 이어지는 모습이 흥미를 더하고, 따분하고 힘든 연구지만 유머 한마디로 이겨내는 그들은행복해 보였다.
by 오솔길
전투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신과 출산으로 힘든 고비를 넘기며 성실하게 일했다.젊은 열정으로 열심을 다한 그때의 나에게 '참 대견하게 잘 견뎠어.'라고 이참에 칭찬을건넨다.
처음의 나는진하지는않지만 다양한 색을 풍부하게 전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 색채가 점점흐려지는것을 보고 고민이 되었다. 학교 관리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등 남들이 원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5년 전에 명퇴를 준비하며,동료들에게 나의 결심을 말했더니 본인들은 매일 생각하는 것을 뭘 5년씩이나 준비하냐고 한다. 넋두리와 함께 이야깃거리로 흘러갔지만나를 찾으려는시도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4년을 보냈다. 크게 변하지 않은 일상, 여전히 교사 업무는 그대로이고 힘든 사건은 갑자기 생긴다. 다만 하지 말아야 할 쓸데없는 감정에는과한 소비를 하지 않는 점이 새로 생겼을 뿐이다.
지금 서있는 이곳 즉 학교가 가장 나일수 있는장소이다.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즐거운 곳으로 만들 재간도 생긴다.얼마 남지 않은 교사 생활을 행복하게 잘 만들어야겠다.
평생을 한 공간에서만 일하는 직장인은 점점 흔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공간에서 자신을 찾는다면 그곳이 또 다른 '가장 나일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하며 새로운 도전을꿈꾼다.
소소한 책그림 후기 ; 책 표지 그림이 예뻤다. 이 작품은 신혜우작가가 '참나무겨우살이'라는 식물을 세밀화로 그렸는데 2014년 영국왕립원예협회 최고상을 받았다고 한다.